[포토] 김서영, 개인혼영 200m 한국신기록 세우며 태극마크
김서영과 정혜림, 안세현(왼쪽부터).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노 골드’ 수모를 갚아라.

한국은 중국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으나 기초 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선 갈수록 뒤쳐지고 있다.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중동에도 밀려 아시아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특히 안방에서 열렸던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육상은 인천 대회에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 획득에 그쳤는데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36년 만에 ‘노 골드’ 수모를 겪은 것이었다. 수영 역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3, 동10을 획득했으나 박태환이 뒤늦게 도핑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서 그가 개인전과 계영에서 수확한 은1 동5을 모두 박탈당했다. 결국 은2, 동5에 머물렀다. 수영 역시 1978년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이 없었다. 육상과 수영 모두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 대회였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금메달 4개를 따내는 쾌거를 일궈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래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한국 육상 및 수영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도 금메달 획득 확률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회에선 수영이 금메달 55개(경영 41, 다이빙 10, 수구 2, 아티스틱 스위밍 2)로 40개 종목 중 가장 많고 육상이 48개로 그 다음이다. 두 종목의 비중이 전체 금메달 465개 중 22%에 달하지만 하나의 금메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 기초 종목의 현실인 셈이다. 수영의 경우 중국과 일본이 안 그래도 강했던 수준을 더욱 세계적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접영 100m에서 마이클 펠프스를 누르고 싱가포르에 금메달을 안겨준 조셉 스쿨링, 같은 대회 남자 평영 200m에서 우승한 드미트리 발란딘(카자흐스탄) 같은 선수들도 있어 한국 수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 다이빙과 아티스틱 스위밍, 수구에서도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벽이 높다. 육상에선 중동의 카타르와 바레인이 아프리카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키면서 한국의 경쟁력이 확 줄어들었다. 바레인은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 9개, 카타르가 6개를 따내 중국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그 만큼 아시아 최강자의 자리도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육상과 수영 모두 1~2개 종목에선 당일 컨디션에 따라 금메달이 가능한 선수들이 있다. 우선 육상에선 ‘허들 공주’로 불리는 여자 100m 허들 정혜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올해 13초11의 최고기록을 갖고 있어 중국의 우수이자오(13초08)에 이은 아시아 2위다. 다음이 일본의 기무라 아야코(13초13), 사무라 히토미(13초17)다. 정혜림은 올해 13초13과 13초14도 한 차례씩 기록하는 등 꾸준함에서 중국과 일본 선수들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살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이고 4년 전 홈에서 4위에 그친 적이 있어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도 높다. 정혜림은 한국 선수론 처음으로 12초대 벽을 깨트리며 우승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정혜림 외엔 여자 마라톤 아시아 6위 김도연, 남자 장대높이뛰기 3위 진민섭, 남자 200m 6위 박태건 등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박태환이 불참하는 수영에서도 여자 선수들이 8년 만의 금메달 숙원을 풀 희망으로 불린다. 여자 개인혼영 200m 올해 세계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김서영은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선수로 꼽힌다. 지난 4월27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분08초61을 기록해 한국신기록을 세운 그는 지난 달 29일 미국의 캐슬린 베이커가 2분08초32를 수립할 때까지 2018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올해 3위인 일본의 오하시 유이(2분08초92)와 숙명의 한·일전을 펼치게 됐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여자 접영 200m에서 4위에 올라 박태환을 제외하고 한국 수영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올린 안세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5월26일 일본 오픈에서 2분08초42를 기록해 사치 모치다(일본·2분08초33)에 이은 이 종목 올해 아시아 2위를 달리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한국 기록이 2분06초67인 만큼 기록을 더 당기면 시상대 맨 위에 충분히 설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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