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시작된지 불과 3분.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다.

28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시티즌과 광주FC의 K2 준플레이오프 경기였다.

K1 승격을 위한 승부의 치열함이 그라운드의 겨울 바람을 몰아냈다.

그런데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승모가 볼을 다투다 상대 선수 윤경보의 어깨에 부딪히며 공중에서 중심을 잃었다.

팔을 뻗으며 몸을 수습하려 했지만, 내 민 팔이 땅에 닿지 않는다.

너무 높은 곳에서 경합한 탓이었을까.

몸을 의지할데가 없는 상황, 이승모의 몸은 공중에서 한바퀴 돌며 바닥으로 향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공중에서 회전하며 땅으로 곤두박질 친 이승모의 몸은 머리부터 떨어졌다.

그 상태에서 목이 꺾였다.

온 몸의 체중이 실린 충격이 목과 머리를 그대로 타격했다.

공격권을 따내기 위해 서로 경합하던 다른 선수들은 이승모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공에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볼다툼 과정에서 머리가 땅을 찧은 이승모는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다.

충격은 컸다.

의식을 잃은 이승모는 쓰러진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동이 없는 몸...

마치 그 자리만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꼼짝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신속하게 응급조치가 이뤄졌다.

생명은 때론 바람 앞의 촛불처럼 약하다.

중요한 것은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조치하는 것.

김희곤 주심이 가장 먼저 이승모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선수의 위급한 상태를 파악하자마자 즉시 의료진을 호출했다. 경기도 중단시켰다.

사고를 직감한 광주FC 벤치의 트레이너가 먼저 달려왔다.

광주FC 트레이너가 혼절 상태의 이승모에게 흉부압박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금세 숨이 돌아오지 않는 듯 한동안 이승모의 가슴을 압박했다.

의료진도 가세하며 혀가 기도로 말려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썼다.

매뉴얼대로 신속하게 기도를 확보한 것.

또다른 트레이너는 축구화와 스타킹을 벗긴 뒤 양쪽 다리를 들어 번갈아 흔들었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작업이었다. 동료선수들도 번갈아 나서 도왔다.

사고가 발생하자, 상대팀인 대전 시티즌 선수들도 이승모를 지켜보며 함께 걱정했다. 고종수 대전 감독도 벤치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짧지만 길게만 느껴진 약 3분의 시간...

마침내 이승모가 의식을 되찾은 듯 팔을 움직였다.

위기상황을 넘긴 이승모는 대기하던 협력 병원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그의 모친도 눈물을 흘리며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에 도착한 이승모는 목과 머리에 통증을 호소했지만, 의식을 회복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추후 정밀검진이 필요하지만, 광주FC 관계자는 “검진 결과 목뼈 쪽에 실금이 갔고 척추에 큰 이상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이승모가 수 분간 일어나지 못하자, 관중석에서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며 술렁거렸다. 흥분한 몇몇 광주FC 선수들은 대전시티즌 선수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라운드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사고 초기부터 민첩하게 대응했던 김희곤 주심이 선수들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이럴 때 일수록 흥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광주FC 박진섭 감독은 이승모의 상태를 살피면서도 원활한 경기 진행과 전력 유지를 위해 대체선수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날 갑작스런 사고로 푸른 그라운드에 긴장감이 팽배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동요없이 소임을 다한 심판, 구단 관계자, 의료진 등의 활약으로 이승모는 깨어날 수 있었고 경기는 속행됐다.

이제 갓 스물이 지난 이승모는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망주다.

대전 축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그가 의식을 되찾아 구급차로 이송될 때까지 한 목소리로 줄기차게 응원했다.

대전|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