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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한화 이글스가 다시 이용규를 품었다. 5개월 만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반겼고 이용규는 미소를 띄었다. 1일 대전구장을 찾은 이용규는 각본대로 3차례 고개를 숙였다. 감독, 동료, 취재진 앞에서. 잘못이 있으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필요한 형식이다.
이용규는 FA계약을 맺고나서 시즌 직전 ‘트레이드 요청’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고(?)를 쳤다. 그리고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처분을 받으며 발이 묶였다. 구단은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5개월간 그에게 족쇄를 채웠다. 이용규는 그동안 개인훈련을 했다. 그런데 꺼림한 게 있다. 징계를 푼 타이밍이다.
이용규는 파문을 일으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측에 사과했다.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쳤다. 한화 박종훈 단장은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선수”라고 하면서도 쉽게 징계를 풀지 않았다. 팀 성적이 그나마 좋을 때나, 그가 필요할 때도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팀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시점에 이르러 족쇄를 풀었다. 시즌종료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 박 단장은 “이용규가 진심으로 반성했고 팀에 헌신하겠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힌 점을 참작했다”고 징계 종료를 설명했다.
그런데 타이밍이 꺼림하다. 오해의 여지를 남긴다. ‘팀성적이 부진하니 이제야 부른다’는 시선이다. ‘성적이 좋았다면 불렀겠냐’라는 눈총도 있다. 감옥살이도 3년 이상은 기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이지만, 팀 성적이 중위권에 머물던 시기에 그를 포용했다면 어땠을까. 여론은 엇갈렸겠지만, 모양새는 지금과 달랐을지 모른다.
총액 26억짜리 이용규의 비상식적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구단은 당혹감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용규가 대역죄인은 아니다. 어리석은 상황 판단이 부른 패착이었다.
구단은 선수의 생명줄인 경기 출전 정지로 대응했다. 이용규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선수입장에선 사형선고와 같다. 구단은 그 기간동안 가용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손해를 감수했다. 대신 선수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꺾었다.
양쪽 모두 한 해 농사를 망쳤다. 한시즌을 날린 이용규는 이기적인 선수로 찍혔다. 구단은 시즌 구상이 처음부터 어그러지며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승자는 없다. 서로 앙금을 털었다고 하나 마지막 봉합은 이용규가 이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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