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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포스트시즌 관중 감소로 골머리를 앓았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키움과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입장권 온라인 예매가 오픈된 후 빠르게 매진 행렬을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뜨거운 예매 경쟁 속에서 피어난 어두운 그림자가 있으니 바로 되살아난 ‘암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PO)까지 총 8경기를 치른 가운데 단 2차례만 매진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던 포스트시즌은 KS 입장권 예매 시작과 동시에 식었던 불씨가 되살아났다. KBO는 KS 대진이 확정된 후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순차적으로 KS 입장권 온라인 예매를 시작했는데, 1, 2차전 입장권이 1시간 30분만에 매진됐다. 모든 경기 입장권 예매가 오픈된 직후에도 7경기 모두 일부 장애인석을 제외한 모든 입장권이 동났다. 준PO부터 신들린 ‘벌떼 야구’를 선보이며 흥미를 돋운 키움과 극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의 맞대결이 식었던 야구팬의 흥미를 다시 일깨웠다는 분석이다. 입장권 판매 저조로 울상을 지었던 KBO도 KS 매진 행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매진 행렬의 빛 아래로 어둠의 그림자가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바로 암표의 등장이다. KS 입장권 예매 오픈 후 매진 행렬이 일자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KS 좌석을 판매한다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당연히 값은 ‘KS 프리미엄’이 붙어 기존 판매가보다 비싸다. 좋은 좌석은 일반 판매가보다 몇 배 높은 가격에 올라와있기도 하다.
암표 근절은 KBO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솟구친 프로야구의 인기와 함께 암표 역시 기승을 부렸다. 특히 예매 전쟁이 펼쳐지는 포스트시즌 기간엔 암표상들의 입장권 대량 구매로 정작 표를 사고 싶은 팬들이 티켓팅에 실패해 야구장 좌석이 텅텅 비는 웃지 못할 광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KBO는 암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티켓 재판매 스마트폰 앱 ‘KBO 리세일(RESALE)’을 출시했지만 정작 앱을 이용하는 야구팬은 많지 않다. 앱이 출시됐는지 모르는 야구팬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경찰은 2017년 4월부터 야구팬의 자발적 신고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야구팬이 암표상을 신고해 검거하면 해당 표를 신고자에게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 조차도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암표상 야구장을 자주 찾는 팬들과 암표상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암표에 대한 팬의 인식이 가벼워지고 있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암표상에게 심부름값 준다는 생각으로 웃돈을 주고 거래를 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신고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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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포스트시즌 전 암표 근절 캠페인을 실시했다. 비정상적인 가격의 입장권 재판매를 막기 위해 암표 근절 신고 페이지를 운영하고, 제보나 신고된 암표를 강제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현직 해설위원, 캐스터 등 야구계 관계자들은 자신의 SNS에 암표 근절 캠페인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KBO의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암표는 또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암표상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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