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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스포츠 캡처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메이저리그(ML)에서 은퇴한 스즈키 이치로(46)가 지난 1일 일본 고베에서 투수로 변신해 9이닝 동안 131구를 던져 6안타 16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무대는 메이저리그도 일본프로야구도 아닌 평범한 사회인야구 마운드였다. 상대는 와카야마시 중고교 교직원팀. 이치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네야구였다. 그는 지난 9월 친구들과 합심해 자신의 고향 고베에 동네야구팀 ‘고베 치벤’을 창단했다.

이치로가 동네야구에서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한국에서 야구 레전드가 동네야구를 한 적이 있었던가. 잠시 생각하게 만든다. 박찬호, 이승엽, 양준혁 등 여러 스타플레이어가 유소년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저변 확대에 힘쓰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치로와 같은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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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신문 캡처

등번호 1번을 달고 나온 이치로는 경기 후 “내 꿈을 이뤘다. 정말 즐거웠다. 매년 하고 싶다”라며 즐거워했다. ‘야구 연구자’를 모토로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정상에 오른 선수가 “동네야구에서 꿈을 이뤘다”는 소감이 이채롭기만 하다. 야구란 무엇인가. 그 본질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날 경기를 위해 이치로는 매일 300개의 공을 던지며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타석에서 그를 상대한 와카야먀 중고교이사장은 “130㎞는 나온거 같다. 느슨한 공을 던지면 실례일까봐 이치로는 끝까지 정면 승부를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안타를 기록한 나마키 하야토 교사는 “공이 빨랐다. 운좋게 쳤는데 평생 기념이다”라며 기뻐했다.

레전드 출신 야구인이라면 은퇴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여럿 있다. 이치로는 그 중 하나를 몸으로 보여줬다. 작은 그라운드에서 또다른 희망을 던졌다. 순수하게 야구를 즐긴 46세의 야구 소년이 그곳에 있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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