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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이제 강원도 레전드가 필요하다. 결국 거기서 팀의 역사와 스토리가 나오기 때문이다.”(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강원과의 로맨스를 생각했다. 연장계약 말고는 다른 답이 없었다.”(한국영)
강원은 지난 22일 한국영(31)과의 4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올해로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던 한국영은 2024년까지 강원에서 뛴다. 한국나이 32세인 그의 연령을 감안할 때 종신 계약에 가깝다. 도중 이적료를 받고 팀을 옮길 수도 있지만 강원이 이 정도로 장기계약을 한 것은 한국영을 절대 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실상 한국영은 강원의 레전드가 되는 수순을 밟는다.
한국영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복수 구단의 강한 러브콜을 받았다. K리그에서는 특히 제주 유나이티드가 적극적이었다. 10억원 수준의 이적료와 연봉 인상, 장기계약도 제시했다. 강원 입장에선 K리그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금액에 계약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한국영을 파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그 돈으로 다른 선수를 알아볼 수 있고, 구단 재정에 보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한국영의 잔류를 원했다. 이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이사는 “강원은 역사가 짧은 구단이다. 축구단은 역사에서 나오는 스토리가 필요한데 결국 레전드도 있어야 한다”라면서 한국영과의 재계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이사는 한국영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하며 잔류를 요청했다. 한국영은 “대표이사님께서 미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셨다. 강원의 레전드로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주셨다. 앞으로 강원이 발전해야 하는데 꼭 제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함께 성장하자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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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도 응답했다. 사실 구단이 이적을 만류해도 선수가 강력하게 원하면 결국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리하게 선수를 잔류시켜봤자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제주가 강원보다 많은 연봉을 제시했기 때문에 30대에 접어든 한국영이 이적을 강행하면 말릴 법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영은 강원과의 의리를 생각했다. 한국영은 지난 2018시즌을 앞두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강원은 1년을 기다려줬고, 한국영은 착실하게 재활해 이듬해 전경기 전시간 풀타임 급자탑을 세웠다. 한국영은 “이적을 하더라도 강원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관계가 중요했다. 떠나더라도 합당한 것을 남겨놓고 떠나고 싶었다. 강원과 먼저 협상하겠다고 에이전트에게도 이야기했다. 본인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스포츠계에서도 로맨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원과의 로맨스를 생각했다. 연장계약 말고는 다른 답이 없었다”라면서 강원과 재계약을 결정한 배경을 털어놨다.
강원은 2008년 창단한 팀으로 역사가 짧은 편이다. 레전드라 할 만한 유일한 선수였던 김오규가 지난해 제주로 이적했기 때문에 팀을 상징하는 선수는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번 재계약을 통해 한국영은 강원의 역사에 기록될 발판을 마련했다. 계약대로라면 2017년부터 총 8년을 강원 선수로 뛰게 된다. 한국영은 “2017년 강원에 왔을 땐 단기 계약을 맺었는데 사람 일은 진짜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강원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길어졌다. 와이프도 강릉 생활을 좋아한다. 2018년에 강릉에 집을 샀다 팔았는데 다시 알아봐야겠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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