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재영-이다영-김세영, 패배는 쓰라리지만...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김세영 등이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며 경기를 마치고 있다. 2020.12.29.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높이 날면 날수록 떨어질 때의 충격은 크다. 배구계 아이콘이었던 쌍둥이의 추락이 바로 그렇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재영, 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자매는 V리그, 나아가 스포츠계의 아이콘으로 환영받았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를 받고, 국내 굴지의 자동차 브랜드 광고 모델을 할 정도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외모에 실력, 스타성까지 겸비한 두 사람은 V리그 인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김연경이라는 브랜드에 의존했던 배구계는 쌍둥이의 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쌍둥이의 비상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과거 이들과 선수 생활을 했던 피해자들이 연이어 학교 폭력 가해자로 두 사람을 지목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단순 학교 폭력이 아니라 흉기를 사용하는 등 악질적인 행위가 동반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이들의 폭로를 부인하지 않고 인정했는데 추가 피해자까지 등장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흥국생명은 15일 오전 두 사람의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발표했다. 흥국생명은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한다”라면서 “구단은 이번 일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끼쳐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깊이 반성하고 있다. 구단도 해당 선수들의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고통 받은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재영, 이다영은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고, 뛰지 못하는 기간에는 임금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언제든 징계를 풀 수 있다는 맹점이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흥국생명은 쉽게 두 선수를 품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로서 우선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는 게 우선이고, 대중의 인기와 관심으로 먹고 사는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자숙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상 두 선수가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당분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흥국생명의 징계 발표 후 곧바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발표했다. 시즌 종료 후 이어질 발리볼네이션스리그, 그리고 올림픽 출전 길도 막혔다. 전력누수를 피할 길은 없지만 지금은 성적이 아니라 태극마크를 달 자격을 먼저 생각할 때라는 점에서 이의 있는 결정은 아니다. 협회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에게도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이에 맞게 올림픽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협회는 지난해 두 사람의 어머니 김경희씨가 수상했던 장한 어머니상 취소를 결정했다. 김씨가 과거 선수 출신으로서 팀에 부적절하게 관여했다는 피해자 가족의 증언이 나오면서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배구 가족으로 각광받았던 쌍둥이 자매와 김씨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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