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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해와 올해 KBO리그의 차이점 중 하나는 외국인투수의 좌우 비율이다. 지난해 시즌을 완주한 외국인 왼손투수가 키움 에릭 요키시 한 명, 전체적으로는 한화 채드 벨까지 두 명에 불과했던 반면 올해는 4명에 달한다. 키움에서 에이스 구실을 맡은 요키시 외에도 LG 앤드류 수아레즈, 한화 라이언 카펜터, 두산 아리엘 미란다까지 외국인투수 총 20명 중 4명이 좌투수다.
그리고 이들 4명 모두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KBO리그 세 번째 시즌을 앞둔 요키시는 물론 큰 기대를 받고 한국땅을 밟은 수아레즈도 실전에서 맹활약 중이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부문 1위(2.14)를 기록한 요키시는 지난 16일 시범경기에 앞선 마지막 실전인 고척 LG전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도 144㎞까지 찍으며 지난해처럼 힘과 정교함의 조화를 앞세워 마운드를 지킬 것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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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는 이미 최고구속 151㎞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울산 KT전과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2연속경기, 6이닝 연속 무실점 중이다. 구위와 커맨드, 그리고 다양한 구종까지 더할나위 없는 피칭을 이어간다. 수아레즈는 오는 23일 수원 KT전에서 첫 시범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LG 류지현 감독은 “기량적인 부분에서 수아레즈는 역시 기대했던 그대로다. 그리고 인성도 매우 좋은 것 같다”며 “감독 입장에서 때로는 외국인선수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 팀을 운용하는 데 있어 튀는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수아레즈에게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참 감사한 일”이라고 미소지었다.
더불어 지난해 대만프로야구 활약을 통해 KBO리그에 입성한 라이언 카펜터와 아리엘 미란다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카펜터는 21일 대전에서 열린 LG와 시범경기에서 3.2이닝 1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최고 구속 147㎞를 기록했고 패스트볼 외에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 네 가지 구종을 섞어 던졌다. 과감한 몸쪽 슬라이더로 우타자들을 범타처리하며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경기 후 카펜터는 “내가 갖고 있는 네 가지 구종을 넓게 던지는 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커브보다 슬라이더가 훨씬 좋은 느낌이라 슬라이더를 많이 썼다”며 “개인적으로 타자에게 볼넷을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차라리 싸워서 안타를 맞는 게 낫다”고 자신의 투구 철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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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또한 두산 에이스로 자리매김할 태세다. 지난 14일 고척 키움전을 통해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 미란다는 시작부터 150㎞ 파이어볼을 구사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미란다는 왼손 투수임에도 공에 힘이 있다. 던지는 모습만 봐도 힘이 좋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변화구도 괜찮다”며 “첫 실전부터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보여줬다. 올해 잘 던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현재 KBO리그는 좌타자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SG 추신수, NC 나성범,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 KIA 최형우, LG 김현수, KT 강백호, 키움 이정후, 삼성 오재일 등 팀마다 중심 타선에 좌타자를 배치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겨울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시장에서 좌투수에 시선을 뒀고 지난해보다 외국인 좌투수 숫자가 두 배 가량 늘었다. 요키시, 수아레즈, 카펜터, 미란다가 우투수 일색이었던 외국인투수 구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과 더불어 힘의 균형까지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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