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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뮬리치가 지난 10일 광주FC와 홈경기에서 후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유니폼 탈의로 퇴장 명령을 받은 뒤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유럽에 있는 친구들이 놀리고, 아버지는 화내셨다…정말 미안해!”

해외토픽에 나올만한 ‘황당한 퇴장’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203㎝ 장신공격수’ 페잘 뮬리치(27·성남FC·세르비아)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뮬리치는 13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경기 직후) 셀 수 없이 (퇴장당한) 영상을 봤다. 볼 때마다 기분이 달랐는데, 스스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다가도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뮬리치는 사흘 전인 지난 10일 광주FC와 홈경기에서 두 차례 번뜩이는 ‘치달(치고 달리기)’을 뽐내며 멀티골로 팀의 2-0 완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두 번째 골을 넣은 후반 9분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아 하프라인서부터 빠른 드리블을 통해 광주 수비 견제를 뿌리친 그는 오른쪽 골문 구석을 가르는 슛으로 포효했다. 그런데 너무 기뻤던 나머지 유니폼 상의를 탈의했는데, 순간 스스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앞서 옐로카드 한 장을 이미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규정상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옷을 벗으면 경고를 받는다. 결국 주심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뒷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냈고, 뮬리치도 민망한 미소로 보이며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뮬리치
출처 | TyC스포츠 보도 캡처

이 장면은 국내 뿐 아니라 스페인, 영국 등 유럽 빅리그를 품은 주요 국가의 매체에서도 이슈거리로 다뤄졌다. 뮬리치와 성남은 의도치 않게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유럽에 있는 여러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다들 웃어대더라. 특히 퇴장하기 전 내 표정을 캡처해 보내면서 놀렸다”고 했다. 또 “조국에 있는 아버지에게도 연락이 왔는데 화를 좀 내셨다. ‘아무리 기뻤다고 해도 팀에 피해를 주면 어떡하느냐’고. 난 유니폼을 벗고 난 뒤 그 사실(퇴장)을 인지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니폼을 벗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건 팀 동료 부쉬였다. 뮬리치는 “부쉬가 내게 ‘브로 너 미친 거야? 이미 옐로카드가 있잖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뮬리치는 지금도 동료에게 사죄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퇴장 이후 10명이 한데 어우러져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완성했다. 뮬리치는 “앞으로 절대 유니폼은 벗지 않을 것”이라며 동료에게 재차 고마워했다.

퇴장 장면이 부각돼서 그렇지 광주전 두 골은 뮬리치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데 충분했다. 특히 큰 키로 제공권에만 기대를 거는 이들에게 빠른 발과 기술을 지녔음을 증명하는 장이었다. 뮬리치는 “대부분 나를 전형적인 타깃형 공격수로 생각하나 본래 속도, 드리블에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K리그에 입성하기 전 뮬리치는 독일~이스라엘~보스니아 리그를 거쳤다. 당시에도 오히려 머리를 사용한 득점보다 스피드와 발기술을 통한 득점이 더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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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뮬리치는 뜻밖에 형태로 이름을 알리게 됐지만 K리그1에서 더 높이 나는 계기로 삼을 것을 다짐했다. 그는 “K리그는 이제까지 뛰어본 리그 중 가장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템포, 공수 전환이 아주 빠르다”며 “특히 수비수의 끈질긴 방어가 인상 깊더라. 훈련 때마다 이런 점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즌 목표에 “몇 골을 넣는 것보다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면 결과(골)는 자연스럽게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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