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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아들의 손에 이끌려 체육관을 찾았다. 아들에게 어머니는 불쌍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밝고 명랑했던 어머니는 어느 날부터 허공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이 없어졌다.
“사업에 바쁜 남편. 아들 둘 다 대학교에 가면서 빈 둥지 증후군과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왔다. 작은 아들이 방학 동안만이라도 같이 운동하자고 해서 헬스장에 등록했다. 운동에 집중하니까 불면증도 사라지고 여기저기 아프던 곳도 잊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졌고, 몸은 내가 50이 넘은 사람일까 할 정도로 탄탄해졌다.”
53세 주부 양은주의 말이다. 양은주는 지난달 24일 충청북도 단양 소노문단양 호텔에서 열린 무사(MUSA) 스페셜리그에서 피규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몸짱의 대열에 합류했다. 근육의 선예도를 측정하는 이신삼왕 모스큘라왕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모스큘라왕은 남자선수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부문이어서 양은주의 선전은 놀라웠다.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30년 가까이 보낸 양은주에게 피트니스는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운동에 매료돼 트레이너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이제는 제자가 아닌 스승으로서 아들 딸뻘 되는 새까만 후배들과 또래의 여성들에게 피트니스를 전파하고 있다. 양은지는 “땀을 흘린 만큼 몸은 변화한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도 변한다. 그것도 아주아주 건강하고 활기차게. 그것이 바로 피트니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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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에 출전하게 된 계기는?
아들의 손에 이끌려 운동을 시작했지만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아들 없이도 혼자 할 수 있게 되었다. 꾸준하게 하니까 자격증도 땄다. 대회는 그동안 변화된 나를 시험하고 싶어서 출전했다.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치러 너무 기쁘다.
- 모스큘라왕에는 보통 근육이 크고 탄탄한 남자선수들이 출전한다.운동을 하면서 등 근육이 특별히 잘 발달되었다. 주변에서 예쁘고 탄력이 넘쳐 ‘등신(神)’이라고 불렸다. 남자선수와 겨루고 싶은 욕심이 생겨 출전했다. 2위는 만족스런 결과다.(웃음)
- 코로나 팬데믹으로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코로나19에 대한 정부방침으로 전국의 많은 센터가 힘들었다. PT(퍼스널 트레이닝) 회원도 줄고 난방비 걱정에 추위 속에서 운동하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봄이 되어 변화된 몸을 보니 모든 것이 보상되는 것 같았다.
- 대회출전은?2019년부터 대회에 출전했다. 평택 시장배 피트니스 선수권대회에서 피지크 2위, 제2회 익스트림 바벨클래식에서 벤치프레스 2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2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이번 무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음 목표는 그랑프리다.(웃음)
- 적지 않은 나이에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나이에 상관없이 여성들도 근력운동을 꼭 해야 만 한다. 30대가 지나면서 근육은 서서히 빠지기 시작한다. 근육이 빠지면 관절들이 고생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여성은 폐경기 이후 급격하게 자체 방어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병에 노출되기 쉽다. 이것을 근육이 대체해줘야 한다. 나이가 들어 팔다리가 가늘어졌다고 좋아할게 아니라, 백세건강을 위해 근육과 근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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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트니스를 통해 얻은 가치관이 있다면.
새옹지마라고 하는데, 살아가면서 기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분명 있다. 매번 나쁜 일만 닥치는 것도 아니고, 마냥 행복한 나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불행한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사람이 된다. 행·불행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피트니스는 그런 존재다. 피트니스는 나에게 행복을 만들어주는 요소다.
- 감명 깊게 본 영화는?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다시피 ‘반전(反轉)’의 매력이 큰 영화다. 재미있어서 자주 보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나와 치환하곤 한다. 피트니스로 인해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면 영화의 짜릿함이 더욱 강렬해진다.(웃음)
- 미래의 꿈과 계획은?나와 같은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시니어를 위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연장의 꿈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은퇴이후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강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강센터를 만들고 싶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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