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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 10개팀이 개막 후 30경기를 치렀다. 개막전을 정상적으로 치른 삼성과 키움만 31경기씩 소화했고, 나머지 8개구단은 30경기를 마쳤다. 30경기는 일반적인 시즌일 때 투·타가 밸런스를 회복하고, 각 팀의 전력을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인식된다. 중상위권 혼전 양상 속 양극화 현상이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특히 최하위로 떨어진 롯데의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허문회의 자신감 “정말 기대된다”시즌 개막을 앞두고 롯데 허문회 감독은 “올시즌이 정말 기대된다. 선수들의 페이스를 일부러 늦춰야 하나 싶을 만큼 페이스가 좋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뚜렷해 팀내 경쟁력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해는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 모두 선수 성향을 정확히 모른채 시즌을 치렀다. 1년간 동행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됐고 각자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서 눈빛만 봐도 생각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팀워크가 형성됐다”고 자평했다. 통상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는 엄살부터 부린다. 올해는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고, 시범경기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해 팀간뿐만 아니라 팀 내 전력 불균형이 불보듯 뻔한 시즌이다. 허 감독의 자신감은 약점을 감추기 위한 연막작전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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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규의 시선, 젊은피를 향하다
비슷한 시기, 롯데 성민규 단장은 “5강 싸움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롯데 전력이 강해진 측면도 있지만 상대팀의 전력 약화가 눈에 보인 탓이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이 팀을 떠났고, 키움도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이탈했다. 두산은 오재일과 최주환이 빠져나갔고, KT도 멜 로하스 주니어 없이 시즌을 맞이했다. 투타 핵심자원이 빠져나가면 장기 레이스에서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성 단장은 “1차지명 후보 세 명을 동시에 영입해 미래 자원을 확보했다.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면, 젊은 선수들이 약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강로한 추재현 강태율 등 젊은 선수들이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증명하자 장기레이스 운용에 자신감이 생겼다. 베테랑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버틸 ‘강한 잇몸’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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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처럼 사라진 ‘봄데’ 외풍에 흔들
롯데는 지난해부터 시한폭탄 하나를 안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 불발탄 가능성이 높지만, 폭탄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야구단의 가장 큰 공포는 끝없는 추락이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재계약 대상자인 베테랑들도 예외없이 생사 갈림길에 선다. 이 폭탄은 성 단장과 허 감독의 불협화음이다. 서로는 직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허 감독의 뜬금없는 내부 비판으로 둘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기정사실화됐다. 용병술과 작전에 대한 감독의 상식 밖의 설명 이후 여기저기서 뇌관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내부 결속을 다져도 시원찮은 판에 단장과 감독간 불협화음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니 팀이 제대로 갈리 만무하다. 6년 만에 구단주가 직접 구장을 찾아 관람했지만, 이날부터 치른 11경기에서 단 3승을 따내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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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부족 증명까지 한 달이면 충분
단장과 감독이 불협화음을 일으켜도 팀 성적이 뒷받침되면 ‘건강한 견제’로 포장될 수 있다. 그러나 롯데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타격 폭발이나 상대의 클러치 실책 등 승패를 운에 맡기는 인상마저 풍긴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떨어지지 않지만, 팀 플레이가 사라졌다. 오죽하면 ‘맏형’ 이대호가 “비난을 받아도 내가 받겠다”며 입단 20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을까. 롯데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사실상 자율로 소화했다. 조금 과장을 하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딱 세 시간만 합동훈련을 한 뒤 개인훈련으로 전환했다. 적어도 수비만큼은 흘린 땀의 총량에 실력이 비례한다. 훈련 때 ‘문제 없다’ 정도로 안일하게 지나가면 실전에서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는 게 수비다. 수비가 무너지면 팀 플레이 전체가 와해되는 게 야구다. 감독과 단장의 자신감은 120% 이상 준비된 상태일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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