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경기 지켜보는 한화 수베로 감독
한화 수베로 감독이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냉정하게 보자. 소위 계산이 서는 베테랑이라고는 마무리 정우람뿐이다. 재창단 수준의 쇄신을 단행한 한화는 당초 압도적인 꼴찌로 예상됐다. 개막 후 30경기를 소화한 10일 현재 13승(17패)을 따내 공동 8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더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다른 팀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위권 세 팀 중 그나마 방향성이 가장 명확하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

젊은 독수리 군단의 가장 달라진 모습은 눈치를 보지 않는 분위기다. 껌을 질겅질겅 씹고,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실책해도 길게 자책하지 않는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지도 철학이기도 한 ‘눈치보지 않는 야구’는 선수 스스로 자신의 야구에 확신을 갖고 임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포토]역투하는 한화 선발 김민우
한화 김민우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한화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시즌 30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한화는 팀 타율 꼴찌(0.243), 평균자책점 6위(4.81)를 기록 중이다. 팀을 최하위 추락 위기에서 건져낸 게 마운드의 힘으로 읽힌다. 우선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왼손투수 라이언 카펜터는 승운은 따르지 않지만 경기당 6이닝꼴로 던지며 평균자책점 1.27로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개막전 선발 중책을 맡은 뒤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김민우도 체력저하를 호소할 시기가 됐는데도 묵묵히 자기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적어도 선발 투수가 아프지 않고 정상 로테이션만 소화해도 마운드 운영에 여유가 생긴다. KBO리그 현실이 그렇다.

[포토]힘차게 공 뿌리는 한화 강재민
한화 강재민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한화의 더블헤더 2차전 7회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불펜 투수도 씩씩하기는 마찬가지다.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애를 쓴다. 정면승부를 하다 패하면, 다음 경기에서 재도전한다. 투수는 맞으면서 성장하고, 한화 투수는 아직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1군은 결과를 내야하는 무대이지만, 올해 한화는 결과보다 과정에 천착해 빌드업을 ‘대대적으로’ 표방했다. 시즌 끝까지 개선된다는 보장도 없고, 당장 내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난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빌드업’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중도포기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KBO리그에서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포토]한화 노시환, LG와의 더블헤더 1차전 선제 적시타
한화 노시환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한화의 더블헤더 1차전 1회초 2사 3루 상황에서 LG 선발 이민호를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타자들도 하나둘 시행착오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짧게는 2~3년 정도 거쳐야 계산이 서는 선수로 성장한다. 초반 30경기 성적을 실패로 규정하기보다 빌드업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강팀으로 가는 길은 고진감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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