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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가 깊은 부진에 빠졌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롯데, 한화와 비슷하다. ‘건강한 시즌’을 테마로 겨울을 보냈지만, 컨디셔닝에 집중하다 기술을 잃은 모습이다.
4월 한 달간 12승 11패로 선전하던 KIA는 5월 들어 일곱 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4월에는 선발이 무너져도 불펜들이 힘으로 버텨냈는데, 5월에는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던 불펜이 와르르 무너졌다. 주포 최형우가 전열에서 이탈했고, 악바리 근성을 보이던 이창진도 부상으로 낙마했다. 팀 타선이야 지난해에도 특별히 눈에 띈 구석이 없으니, 어쨌든 마운드 힘과 수비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막 초반 선발진의 집단 붕괴가 도미노처럼 마운드 전체로 퍼졌다.
올해 KIA는 실전을 최소화했다. 젊은 투수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맷 윌리엄스 감독이 둔 악수 중 하나다. 젊은 투수들은 소위 경기 체력이 약하다. 아마추어 시절에 아무리 많이 던졌다고 해봐야 프로에서 한 달간 풀타임을 소화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 퓨처스리그에서 풀타임을 소화해도 1군에서 느끼는 중압감을 하늘과 땅차이다. 준비 과정에 잦은 실전 등판으로 경기 체력을 만들어 놓아야 정규시즌 때 버틸 힘이 형성된다. 부상우려에 혹사논란 등 선수 관리에 집중하다 중요한 것을 놓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최소 나흘, 길게는 일주일씩 쉬고 나서는 선발 투수는 최소 7이닝은 막는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한 타자당 5구 이내 승부를 해 퍼팩트로 막아도 105개를 던져야 가능한 이닝이다. KIA 선발진 가운데 105개를 던져도 구위를 유지하는 투수가 몇 명이나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여섯 명의 토종 선발투수가 17경기에서 평균 4.1이닝 정도를 던지는데 그쳤다. 신인 이의리가 토종 투수 중 최다이닝(25.1이닝)이라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선발이 무너지면 불펜 부하는 불보듯 뻔하다. 박진태가 웬만한 선발보다 많은 이닝(20.1이닝)을 소화했고, 마무리 정해영도 15.2이닝(14경기)이나 던진 점은 정상적인 경기가 안됐다는 방증이다. 선발부터 꼬인채 개막을 맞이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유있는 추락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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