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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외국인 감독 수난시대는 종식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팀 상황을 들여다보면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KBO리그는 롯데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사상 최초의 세 명의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력을 발판삼아 2년차에 도약을 노렸고, 한화는 육성에 일가견 있다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팀을 맡겨 재건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운용으로 뒤늦게 리빌딩에 뛰어든 모양새를 취했다. 16일 현재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은 8~10위로 처져있다. 전열을 재정비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선수 구성을 들여다보면 5강 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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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포 뗀 KIA 비상구가 없다
양현종이 이탈해 개막 전부터 약체로 평가받은 KIA는 최형우가 망막통증으로 이탈하면서 타선 축도 잃었다. 최형우의 복귀 시점은 대략 2개월 후 정도로 알려졌다. 빨라도 6월 중순에나 복귀 가능한데, 어쩄든 올림픽 브레이크 전까지는 최형우 없이 경기를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 선발진 붕괴로 근근히 버티던 KIA는 최근들어 불펜마저 무너져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선발이 버티면 불펜이 무너지고, 마운드가 버티면 빈타에 허덕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KIA 윌리엄스 감독은 부상 예방을 위한 컨디셔닝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올해까지는 젊은 선수들의 경기 경험 쌓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렸다. 선수층이 얕은데다 백업층도 견고하지 못해 비상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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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화 내년엔 달라질까
한화도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젊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경험을 쌓게 하지만, 선수 육성은 팀 승리 속에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끼리 ‘이정도면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성장은 정체된다. 창단 후 최하위를 멤돌던 KT가 시즌 승률 5할 달성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탄 것도 같은 이유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딘 것은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버티고 나아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는 수년간 하위권에 머무른 데다 베테랑들을 대거 숙청했기 때문에 시즌을 버티는 노하우가 전무하다. 초반 순위싸움에서 최하위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선전하고 있다’는 착시효과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9위라고는 하나, 승률은 4할에 머물고 있다. 이 상태로면 내년 반등도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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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롯데 끝없는 엇박자
이른바 ‘굳은 자리’라는 인식이 선수단 사이에 퍼지는 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롯데는 허문회 감독 시절을 거치며 1군 선수 대부분이 ‘굳은 자리’라는 인식을 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은 좋을 때는 분위기 상승효과로 이어지지만, 나쁠 때는 남 탓으로 돌변하는 특성이 있다. 뒤늦게 부임한 서튼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중용해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연전연패로 이어지면 분위기는 더 최악으로 흐른다. 선수층이 얕은 KBO리그 현실을 고려하면 젊은 선수들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거 봐, 나 아니면 안되잖아’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팀이 아닌 개인의 집합체로 변질할 요소가 다분하다. 특히 롯데 베테랑들은 국가대표로 활약할 정도의 기량을 갖고 있어, 이들의 활약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많은 유망주가 정글에서 생활하는 미국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팀 방향성 정립도 어렵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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