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 그날의 진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를 추모하는 공간에서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 씨의 유족이 처음으로 공식 입장문을 공개했다. 정민 씨의 유족은 사건 당시 함께 술자리를 한 친구 A씨에 대한 경찰의 추가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26일 유족은 A4용지 13장 분량의 입장문에서 “A씨와 A씨 가족은 정민이의 입수 경위에 대해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씨 아버지 손현(50) 씨가 아들의 실종 이후 개인 블로그를 통해 거의 매일 사건에 관한 글을 써왔지만 유족 명의로 입장문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은 “처음 정민이의 실종 사실을 알았을 때는 A씨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려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면서 “하지만 이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씨와 가족의 여러 행동을 알게 됐다”고 했다.

유족이 제기한 의혹은 ▲ A씨와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한 뒤 약 20분간 강 비탈면을 살핀 점 ▲ A씨가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다음 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 ▲ A씨가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부모에게 부탁해 정민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등이다.

A씨 측은 앞서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A씨 아버지와 정민씨 부모는 친분이 없고, A씨 어머니와 정민씨 어머니가 친분이 있기는 하나 다소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사이라 새벽에 편하게 전화하기는 어려운 사이였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족은 “A씨 어머니와 정민이 어머니는 지난 4월 중에도 3차례 함께 식사할 만큼 자주 교류했고, 무엇보다 아이 안전에 관련된 일이니 새벽에 연락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민씨가 실종 상태일 당시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수색을 돕지 않은 A씨의 행동을 지적했다. 유족은 “A씨 가족은 정민이를 찾기 위한 도움이 필요할 때 침묵하다가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한 뒤 뒤늦게 입장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의 미흡한 초기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족은 “A씨의 실종 당일 아침 혈중알코올농도, 몸의 상처나 다툰 흔적 등은 조사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영상 분석, 거짓말 탐지기 조사,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을 통해 사건의 유일한 관련자인 A씨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해달라. 경찰이 객관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유족의 입장문이 나온 뒤 경찰은 입장문을 통해 사망 경위 확인을 위한 수사 현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강력 7개팀 전원을 투입해 A씨를 7번(최면수사 2번 포함), A씨 부모는 3번 조사했으며, A씨 노트북·아이패드, A씨 부모와 누나 휴대전화 등을 제출받아 포렌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와 가족의 전자기기에서 데이터·통화내역·메시지 등이 지워진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실종 당일 사라져 아직 발견되지 않은 A씨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해군 등과 공조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씨와 가족의 진술·행동 등 의혹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 유족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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