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성백유전문기자]KBO리그에서 양현종(33)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있다.
한국프로야구 투수의 마지막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0시즌. 그 해에는 해리거(LG)가 17승(10패)과 3.12의 평균자책점으로 2위에 올랐다. 2년 뒤인 2002시즌에 삼성 엘비라는 13승(6패)과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하면서 송진우(한화, 2.99)를 제치고 외국인 투수 최초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한 경기당 평균 몇점을 내주는 지를 보여주는 자책점은 제구력과 구위를 포함하는 투수의 능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다. 이후 박명환(두산),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윤석민(KIA) 등 토종 투수들은 평균자책점 1위를 놓고 외국인 투수들과 자존심을 격돌했다. 상대는 리오스(두산), 나이트(넥센), 찰리(NC), 벤덴헐크(삼성) 등이었다.
그러나 10개구단 체제가 시작되고, 팀당 2명의 외국인투수가 뛰기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선수들이 영입되며 평균자책점 부분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좋은 체격에 강속구로 무장한 선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니퍼트, 린드블럼(이상 두산), 피어밴드(KT) 등이 주인공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 마운드의 자존심을 세운 선수가 바로 양현종이다. 2007시즌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2009시즌에 12승(5패)을 기록하면서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이후 꾸준히 성장한 양현종은 2015시즌 32경기에서 15승(6패)을 올리면서 평균자책점 2.44로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 진출 직전인 2019시즌에는 16승(8패)과 함께 2.29의 평균자책점으로 두 번째 이부문 1위를 차지했다.
|
최근 양현종이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난 뒤 토종의 자존심은 사라졌다. 2020시즌과 올시즌 평균자책점 랭킹 상위권에서 한국선수들의 이름은 사라졌다. 올시즌 초반 삼성 원태인이 1위를 달렸지만 6월 이후 밀리는 양상이다. 원태인은 29일 현재 2.48로 6위에서 상승의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KT 데스파이네가 1위(2.24), 삼성 뷰캐넌이 2위(2.29), LG수아레즈가 3위(2.35)를 달리고 있다.
양현종의 뒤를 이을 투수가 절실하다.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