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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용수기자] 자연 재해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건 일본 특유의 문제일까.
일본 히로시마 지역에서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 재해가 발생하자 외국인 혐오 루머가 퍼지고 있다. ‘외국인에 의한 빈집털이가 빈발’하다는 루머가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확산 중인 것.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은 루머에 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최근 일본 규슈 북부와 히로시마현 등에 최근 수일 동안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는 많은 비가 내려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의 재해가 발생했다. 일본에선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외국인 혐오 루머가 온라인상에서 퍼지는 경향이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는 외국인 절도단이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는 헛소문이 돌아 일부 주민이 자경단을 조직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 13일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 때와 2016년 구마모토현 지진 때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퍼트렸다’는 악성 게시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되기도 했다.
일본의 악성 루머 역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23년 9월 1일 간토 대지진이 발생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일본은 조선인을 분풀이 대상으로 이용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고, 조선인 수천 명이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됐다. 세키야 나오야 도쿄대학원 준교수는 “재해 때 소수자에게 공격을 가하는 구조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이 외국인 혐오 루머 대응에 나선 것도 헛소문을 방치하면 차별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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