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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난 4일(한국시간)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된 메이저리그(ML)는 총 846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역사상 가장 많은 투수가 등판한 시즌이 됐는데 그렇다고 투수 가뭄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마이너리그가 문을 닫았고 이에따라 투수 수급에 애를 먹은 팀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KBO리그 외국인선수 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 현지언론 디 애슬래틱에 따르면 2021시즌 ML 5팀이 투수 40명 이상, 25팀이 투수 30명 이상을 기용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시즌 동안 투수 40명 이상을 기용한 팀은 2팀 밖에 없었다. 10년 전 투수 30명 이상을 기용한 팀은 오직 한 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모든 팀들이 투수 자원을 폭넓게 활용했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에 따른 택시 스쿼드를 이용해 부지런히 투수를 이동시켰다.
문제는 결과다. 가용폭을 넓혔음에도 투수난에서 탈출하지 못한 팀이 많다. 선발진이 특히 그렇다. 하위팀 대부분이 로테이션을 돌리는 데 유독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 5.99로 이 부문 최하위인 볼티모어부터 5.53의 피츠버그, 5.33의 텍사스 등은 선발진이 무너진 채 가까스로 페넌트레이스 마침표를 찍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부지런히 투수를 올려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ML가 곧 외국인선수 시장이다. 선발진 운용에 애를 먹은 팀이 많을수록 선발투수 가치는 올라갈 것이며 시장에 투수는 줄어든다. 지난 겨울도 그랬다. KBO리그 팀 다수가 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시야를 넓힐 수밖에 없었다. 한화와 두산은 각각 대만프로야구에서 활약한 라이언 카펜터와 아리엘 미란다를 영입했다. 한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전 팀에서 부상으로 2경기 출장에 그쳤던 닉 킹험을 선택하는 모험을 했다. 외국인투수 계약을 서두르는 팀도 많았다.
다가오는 겨울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구단 다수가 여전히 외국인선수 시장에서 좋은 투수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IA 조계현 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와 똑같은 상황이다. 올해도 마이너리그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ML 구단들이 최대한 투수를 묶을 것으로 보인다. 좋은 투수가 나와도 일본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LG 차명석 단장 또한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하다. 좋은 투수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례적인 상황과 마주한 만큼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게 해답이 될 수 있다. KIA가 그랬다. KIA는 지난 8월말 애런 브룩스의 갑작스러운 퇴출에 따른 대체 외국인투수로 보 다카하시(24)를 선택했다. 당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다카하시를 기용할 수 없지만 서둘러 젋은 외국인투수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규모 16만 달러로 리스크를 줄인 채 다카하시와 함께 미래를 응시했다.
그리고 다카하시는 KBO리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25일 SSG를 상대한 데뷔전에서 4이닝 무실점, 지난 1일 키움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으로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운 파워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단순히 구위만 좋은 게 아닌 폭넓게 존을 활용하며 타자들의 타이밍과 시야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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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두 달 함께 하려고 데려온 투수가 아니다. KIA는 다카하시가 과거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처럼 프랜차이즈 외국인투수가 되기를 기대한다. 빅리그 문턱을 넘지 못한 젊은 투수가 한국에서 기량이 만개하고 코리안드림을 이루기를 바란다. 다카하시 입장에서도 기약없이 ML를 바라보는 것보다 KBO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향후 KBO리그를 정복할 경우 크리스 플렉센과 메릴 켈리처럼 ML 보장 계약도 가능하다.
다카하시는 앞으로 최대 5경기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선발 등판 5경기가 KIA에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은 낮다. 다카하시를 선점해 이듬해 외국인투수 구상의 반을 마친 KIA다. 예상대로 시장에 투수가 없다면 KIA의 다카하시 계약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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