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근의 롤리팝

노트북을 열어 야구기사를 보다가 가슴이 덜컥했다. NC 박석민이 ‘KBO 리그중단의 주범’이라는 헤드라인이었다. 과연 그럴까.

비난의 화살이 최선참 박석민에게 쏟아지는거 이해한다. 솔선수범해야 할 선수가 리그전체에 피해를 끼쳤다. 팀도 피해를 봤다. NC는 지난해 챔피언에서 올해 7위로 내려앉았다. 물의를 일으킨 박석민은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박석민은 사과하며 고개숙였지만, 그 과정에서 오해를 부를 변명도 있었다. 술은 안먹고 떡볶이를 먹었다는 것. 되레 더 많은 비난을 불렀다. NC구단 수뇌부가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했다.

박석민의 자진 은퇴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122경기 출장정지 징계로 내년시즌에도 52경기는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수 본인도 고민이 깊을 것이다.

그렇다고 박석민을 사건의 주동자로 손가락질 하고 싶지 않다. 나아가 ‘주범’이라고 낙인찍고 싶지 않다. 그 보단 리그 중단의 ‘원인제공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리그 중단은 박석민이 결정한게 아니라 그렇다. KBO와 10개구단이 모여 리그중단을 결정했다. 결정권자들이 합의해 중단한 것이다. 선수는 따를 뿐이다.

선수도 인격체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실수했다고 한번에 인생을 단죄해선 안된다. 그동안 박석민이 보여준 선행까지 단번에 지울순 없다.

일반사회에서도 징계를 달게 받고 나면 기회를 준다. 박석민에게도 사회구성원으로 더 봉사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다고 그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건 아니다. 다만 주범이라고 낙인찍는 건 아닌거 같다.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리그 중단의 책임을 한 명에게 몰아가선 안된다고 본다.

박석민이 주범이라면 그 자리에 함께한 다른 선수도, 원정 숙소를 떠나 서울까지 온 선수들도 모두 주범이고 공범이다. 리그 중단을 결정한 10개구단도 동조자다. 책임은 나눠가져야 한다.

다들 숨 죽이고 있지만 그동안 함께 한 동료들도 일탈한 선수들에 대해 한 마디씩 했으면 한다. 비난에 묻혀 드러나지 않은 좋은 모습이 있을 것이다. 또는 호된 회초리를 들 수도 있겠다.

실수 후에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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