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남구=조광태 기자]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사무친 그리움과 ‘딴따라는 안된다’며 아들을 내쫓은 아버지를 위해 45년여 만에 마이크를 잡은 노년 신사 등 광주광역시 남구 실버노래자랑이 숱한 감동 사연을 남긴 채 6개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5일 남구에 따르면 으뜸효 남구TV 실버노래자랑 연말 결선이 최근 남구 노인복지관 및 남구 노인지회 주관으로 남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렸다.
지난 6월 28일 첫 무대 공연을 시작으로 총 88회에 걸쳐 900여명이 출연, 예선과 본선을 통과한 실버 가수 18명 가운데 올해 최고의 가수를 뽑는 자리였다.
예선 및 결선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사연은 애틋했다.
결선에 오른 여홍현 할아버지는 청년시절 독일로 건너간 뒤 고향 땅에서 노래자랑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34년 만에 입국했고, 조경희 할머니는 1970년에 음반 데뷔의 기회가 있었으나 가난 때문에 이루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실버노래자랑을 찾았다.
또 김태형 할아버지는 남편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암 투병 아내의 간절한 소망을 위해서, 김명희 할머니와 홍장식 할아버지는 심장수술 및 뇌출혈과 뇌경색을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예선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올해의 가수를 선발하는 결선 무대에는 출중한 실력의 실버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며 막을 내렸다.
대상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구슬픈 심정을 노래한 이태희 할아버지가 차지했다.
이씨 할아버지는 홀로 사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타지에서 40여년간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고,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향한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선보이며 대상을 거머쥐었다.
최우수상 영예는 김용록 할아버지에게 돌아갔다.
가수가 꿈이었으나 ‘기껏 키워놨더니 딴따라를 키웠다’며 타박하던 아버지 반대에 집에서 쫓겨났고, 요양원에서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하면서 ‘너에 대해 조만 더 일찍 알았다면 그 길로 보냈을 텐데’라는 응원의 말씀을 듣고 45년만에 무대에 올라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이와 함께 한덕주 할아버지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마음을 애달픈 감성으로 노래해 우수상을 받았다.
또 암 수술 후 대회 참가로 행복한 시간을 동행한 조경희 할머니와 독일 뒤셀도르프 한인회장 출신의 실력파 가수 여홍현 할아버지는 각각 장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밖에 50여년전 방송국 생방송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는 마희종 할아버지와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기타 선생님으로 활동 중인 강대선 할아버지가 인기상을 수상했다.
남구 관계자는 “실버노래자랑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준비한 행사였다”며 “참가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주변의 지인 등 모두가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셔서 성대하게 막을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