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민우 기자] 농구명가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은 KBL을 대표하는 ‘농구명가’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지만, 이번 시즌 성적은 초라하다.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지만, 나란히 최하위로 추락했다. 3일 현재 KCC는 7연패에 빠져 10승 18패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삼성은 3라운드 전패 수모를 겪었고, 지난 1일 새해 첫경기부터 수원 KT에 패해 10연패를 당했다. KBL 10개 구단 중 유일한 한 자릿수 승리 팀이 됐고, 6승 22패로 최하위로 처졌다. 문제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KCC의 추락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프리에이전트(FA) 송교창의 잔류를 이끌어내며 정상 질주가 예상됐다. 여기에 국가대표 슈터 전준범까지 가세해 더 강한 전력을 갖췄다. 하지만 송교창이 손가락 수술로 이탈했고, 전준범도 부상을 당했다. 여기에 전장친 감독의 모션 오펜스의 핵심인 김지완도 종아리 근육 파열로 아웃됐다. 시즌 내내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들이 복귀하면 다른 선수가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
부상자들의 공백은 고스란히 팀 동료들에게 전가됐다. ‘강철체력’ 라건아와 ‘금강불괴’ 이정현도 지쳐간다. 이들 모두 30대 중반이다. 예전처럼 풀타임 출전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전 감독은 “감독을 오래 하면서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이 처음이다. 주전 선수들을 너무 혹사시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정현, 라건아, 정창영 등은 풀타임을 뛰어왔다. 우리 팀은 1월이 돼야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 같다. 그때 가서 제대로 농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선수층이 얇은 데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해 정상 운영이 어려웠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개막 전부터 최약체로 분류됐지만, 아이재아 힉스와 김시래를 앞세워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힉스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삼성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다른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시름 중이다. 주포가 빠진 상황을 다른 선수들이 메우지도 못했다.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은 28경기 평균 72.7득점으로 10위, 어시스트는 16.2개로 9위, 야투 성공 27.7위로 10위에 머무는 등 성과가 초라하다.
|
새로운 외국인 선수 토마스 로빈슨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아직 KBL에 적응하지 못했다. 들쑥날쑥한 경기력은 물론, 아직 체력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이상민 감독은 “로빈슨이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체력이 문제다. 가랫톳 부위에 부상도 있다. 본인도 미안해한다. 득점을 기대하고 데려왔는데 아직 기량이 안나온다. 당시 선수를 선발할 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 지켜볼 예정이다”며 로빈슨의 분발을 촉구했다.
부상자 속출로 KCC와 삼성이 울상이다. 농구명가의 속절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miru0424@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