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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돈으로 벌이는 슈퍼골프리그로 빚어진 ‘필 미켈슨(51)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PGA 투어를 험악하게 비난했던 미컬슨은 공개 사과 후 자숙중이다. 미켈슨은 이달 초 슈퍼골프리그에 참가하면서 “PGA 투어가 탐욕스럽다. PGA 투어가 선수들에게 돌아갈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리그를 공격했다.
이 발언 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그동안 상금을 어디서 벌었느냐”는 역풍을 맞았다. 동료들마저 “이기적이다”라고 비난에 동참했다. 판세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미컬슨은 “무모한 행동이었고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다. 부적절한 단어를 선택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실망을 드린데 반성하고 이번 일로 교훈을 삼겠다”고 머리숙였다.
그러나 이미 쏟아진 물. 스폰서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갔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KPMG, 골프용품사 캘러웨이, 골프 & 워크데이 등이 미컬슨과의 인연을 끊었다. 금전 문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슈퍼골프리그 참가를 정당화하려다 오히려 돈줄이 끊긴 꼴이다. 스폰서들이 이번 미컬슨 파문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알 수 있는 방증이다.
PGA 투어와 맞선 미컬슨의 커리어는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도 나온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는 평가다. 3월 열리는 제5의 메이저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월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파문에 부정적인 시각 일색이다. 미컬슨 옹호는 거의 없다. 그의 사과 후 대니엘 버거만이 “누구든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고 편을 든 게 고작이다. 미컬슨은 2021년 최고령(50)으로 메이저 PGA 챔피언십을 우승해 주가를 높였지만 이제 몰락의 길에 섰다.
전문가들은 2009년 11월 타블로이드지의 보도로 무너진 타이거 우즈의 섹스 스캔들보다 더 임팩트가 크다는 분석이다. 우즈는 개인의 일탈된 행동이었고, 미켈슨은 PGA 투어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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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쌓아온 잘 포장된 그의 이지미는 실종됐다. 역대 상금 랭킹 2위(9495만5060달러), PGA 투어 통산 45승(역대 8위), 메이저 6승 등 ‘골프 황제’ 우즈의 뒤를 잇는 경력이다. 다음 수순은 미국-국제연합팀의 프레지던츠컵, 미국-유럽이 국가대항전 라이더컵 캡틴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으로 물건너갔다. 라이더컵은 PGA 오브 아메리카, 프레지던츠컵은 PGA 투어가 관장한다. 2023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라이더컵의 미국 캡틴은 통산 12승을 거둔 잭 존슨으로 결정됐다.
미국의 스포츠 슈퍼스타 가운데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약물 복용과 거짓말로 일관한 홈런킹 배리 본즈, 팀에 베팅한 안타왕 피트 로즈, 약물에 중독돼 인생을 망친 전 NBA 스타 라마 오덤, 불법 투견으로 철창 신세를 진 NFL 쿼터백 마이클 빅, 약물이 발각돼 올림픽 금메달이 박탈된 메리언 존스, 여자 친구에 폭력을 휘두른 NFL 러닝백 레이 라이스, 약물의 사이클리스트 랜스 암스트롱 등은 최고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추락한 스타들이다.
우즈는 성추문으로 추락했다가 어느 정도 복원이 됐지만, 주홍글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미컬슨 파문은 돈과 직결되며 자제력을 잃은 언행이 불렀다. 그는 이전에도 캘리포니아주의 세금이 높다는 발언을 했다가 팬들로부터 “캘리포니아를 떠나라”는 역공을 받기도 했다.
과연 미컬슨이 향후 어떤 처신을 보여줄지, 그리고 두 번째 기회는 찾아올지 흥미롭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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