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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본선 진출 확정하지 않은 팀처럼 뛸 것.”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구세주에서 축구국가대표 ‘벤투호’ 캡틴으로 돌아온 손흥민(30)은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월드스타’ 손흥민이 13년 전 자신의 우상인 선배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처럼 ‘이란 저격수’ 특명을 받고 출격한다.
손흥민은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9차전 이란과 홈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뛴다. 그는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지난 21일 웨스트햄과 EPL 30라운드 경기(토트넘 3-1 승)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쾌조의 골 감각을 자랑했다. 올 시즌 EPL에서만 13골을 기록, 득점 순위 공동 2위에 매겨져 있다.
이 기세를 이란전으로 옮긴다. 한국은 지난달 1일 시리아와 8차전 2-0 승리로 잔여 2경기(이란·아랍에리미트)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본선행이 주어지는 조 2위(6승2무)를 확보,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을 확정했다. 이 상황은 7승1무, 1위를 달리는 이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경기는 조 1위를 두고 ‘아시아 강자’간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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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선봉은 손흥민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경기(1-1 무)에서 골 맛을 봤다. 해발 1273m 고지에 놓인 ‘지옥의 아자디’에서 치른 A매치에서 한국 선수가 골 맛을 본 건 이영무(1977년) 박지성(2009년) 이후 손흥민이 세 번째.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 9승9무13패로 열세다. 마지막 승리는 2011년 아시안컵 8강 당시 1-0 신승이다. 그 이후 지난 10년간 한국은 이란과 7차례 맞붙어 3무4패다. 특히 원정에서는 3연패에 몰리다가 지난해 손흥민의 한 방으로 연패 사슬을 끊었다.
2010년 12월 시리아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지금까지 통산 96경기(30골)를 뛰었다. 그러나 직접 뛴 경기에서 이란을 이긴 적이 없다. 2011년 아시안컵 승리 당시엔 벤치를 지켰다. 주장으로 벤투호의 조 1위 도약을 이끈다는 동기부여와 더불어 ‘이란 징크스’ 타파도 염원한다. 그는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고전한 게 맞고, 상당히 강팀이라는 것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지난 원정에서 승점 1을 따내면서도 이길 만한 경기를 했다”며 “홈에서 하는 만큼 팬에게, 우리에게 모두 승리를 선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선에 갔지만 아직 만족 못 하는 분위기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본선에 못 간 팀처럼 뛰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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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드컵 최종 예선 시스템에서 홈과 원정을 오가며 이란 골문을 모두 저격한 건 박지성이 유일하다. 지난 2009년 박지성은 이듬해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이란을 상대로 아자디 스타디움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모두 골 맛을 봤다. 한국은 두 경기 다 1-1로 비겼다. 그리고 박지성은 남아공에서 커리어 세 번째 월드컵을 치르며 한국의 원정 사상 첫 16강을 이끌었다. 손흥민도 카타르에서 커리어 세 번째 월드컵을 맞이한다. 우상처럼 서울에서 이란 골망을 흔들며 카타르행 자축포를 그리고 있다. 또 손흥민은 A매치 30골로 한국 남자 A매치 통산 득점 순위에서 허정무 김도훈 최순호 ‘대선배’와 공동 6위다. 공동 4위 김재한 이동국(이상 33골)을 3골 차이로 추격 중인데, 이란전 득점으로 격차를 좁힐지 관심사다.
이란 간판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27·레버쿠젠)과의 맞대결도 볼거리. 아즈문은 손흥민과 더불어 아시아 대표 골잡이로 불린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2019~2020시즌 득점왕과 2020~2021시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마침내 올 시즌 손흥민이 과거 몸담았던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으며 빅리그에 데뷔했다. 메흐디 타레미(포르투)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등 주요 유럽파가 코로나19 확진으로 한국전에 결장하는 이란은 아즈문의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아즈문은 한국을 상대로만 2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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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엔 6만여 구름 관중을 기대하고 있다. 손흥민은 “축구는 팬과 여러 감정, 열정을 나눴을 때 가장 멋있는 스포츠다. 많이 찾아주시는 만큼 더욱더 큰 책임감으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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