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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원팀=대한항공’

2년 연속 패권을 쥐었다. 대한항공은 2021~2022 정규리그 남자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5일 OK금융그룹을 꺾고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기 1위를 확정했다. 통산 8번째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다.

진정한 ‘원팀’이다. 대한항공은 남자부 7구단 가운데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층이 두텁다.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베테랑 세터 한선수와 유광우를 비롯해 라이트 링컨과 임동혁, 센터 김규민 조재영 진성태 진지위 이수황, 리베로 정성민 오은렬 박지훈, 레프트 곽승석 정지석 임재영까지. 누가 어느 시기에, 어떤 역할을 부여받아 투입돼도 제 몫을 해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시즌 전 악재를 마주했다. 지난 시즌 MVP 레프트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웠다. 날개 한쪽의 공백에 균형이 무너졌다. 1라운드를 6위로 마쳤다. 2승 수확에 그쳤다. 2005~2006시즌(1승4패)과 2017~2018시즌(3승3패)5위로 1라운드를 마친 이후 역대 최저였다.

위기 속 모두가 발 벗고 나섰다. 특히 레프트 곽승석과 라이트 임동혁의 공이 크다. 곽승석은 정지석이 없는 상황에서 리시브 부담을 떠안았다. 43.62%의 높은 점유율에도 42.02%의 효율을 기록하며 팀을 지탱했다. 토미 감독은 ‘카멜레온 같은 선수’라며 곽승석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임동혁은 생소한 자리에 섰다. 라이트지만 레프트 자리에 서 리시브를 받아야 했다. 초반 흔들리는 모습이 잦았지만 공격에서만큼은 확실한 한방을 보여줬다. ‘더블 해머(라이트 2명)’라는 시스템은 오히려 임동혁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리시브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되니까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잘 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도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점차 반등했다. 2라운드 4승2패(승점12)로 누적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정지석이 복귀한 3라운드부터 안정을 되찾아 14(5승1패)점을 수확해 선두에 올랐다. 이후 4라운드13점(4승2패), 5라운드 12점(4승2패)을 마크했다. 승률 5할을 훌쩍 넘기며 줄곧 정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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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선수 기용도 한몫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토미 감독은 ‘공평한 기회’를 외쳤다. 경기뿐 아니라 훈련할 때 역시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훈련 코트를 세 구역으로 나눠 모두가 동일하게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토미 감독은 “누구든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여기에 ‘빠르고 스마트한 배구’를 내세웠다. 기존 대한항공이 추구하는 플레이에 반 템포 더 빠른 스피드를 첨가했다. 지난 시즌 V리그 최초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창단 첫 통합우승의 업적을 일궈낸 대한항공이 택한 토미 감독이 가져온 변화였다. “10개월 동안 함께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됐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배구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넣었고, 잘했다. 정상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힘든 일을 극복해야 한다. 다 같이 이룬 결과다”라며 미소 지었다.

개성 강한 외국인 감독이지만 소통의 창은 언제나 열려있었다. 임동혁은 “감독님께서 어떤 훈련을 요구하시던 수긍하고 따라야 하는 게 선수다. 오히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맞춰 가려 했던 게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승리에 목말라 있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토미 감독이다. 다음달 5일 3판 2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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