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야구는 기본적으로 ‘땅따먹기 게임’이다. 상대의 작은 약점을 파고드는 게임이다. 한화가 아주 작은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한화는 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원정경기에서 7회초 흐름을 바꿨다. 상대 고졸 신인의 실수를 발판 삼아 전세를 뒤집었는데, 세밀함에서 KIA를 앞질렀다.
0-2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태연이 3루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KIA 고졸 신인 김도영이 펌블한 게 빌미가 됐다. 1, 2회 각각 한 점씩 내준 뒤 끌려가던 한화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작은 틈이 벌어진 셈이다. 노수광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뽑아냈고, 이성곤이 우전안타로 1, 3루 기회를 이었다. 장운호의 타구는 KIA 투수 전상현의 글러브를 스쳐 2루로 달리던 유격수 박찬호 왼쪽으로 굴절됐다. 역동작에 걸린 박찬호는 포구 후 아무 곳에도 송구하지 못했다.
간단히 동점을 만든 한화는 정원이 볼넷을 골라내 누를 꽉 채웠다. 최재훈이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타선은 3번타자 마이크 터크먼으로 이어졌다. KIA가 급히 유승철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한화의 디테일은 이 대목에서 빛을 발했다.
|
터크먼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쪽으로 떠올랐다.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달려와 포구 자세를 취하자 대주자로 3루에 있던 이원석이 태그업 자세를 취했다. 빗맞은 타구라 유격수 박찬호도 낙구점으로 달려간 탓에 좌익수와 홈 사이에 공간이 생겼다. 프로 입단 후 3루수로 나선 김도영은 이 순간 태그업하는 주자를 따라 3루에 섰다. 짧은 타구였고, 소크라테스의 어깨가 약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도 김도영의 위치선정은 실수였다. 소크라테스도 송구 동작이 컸고, 김도영도 스텝을 밟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컷 오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다. 차라리 소크라테스가 직접 홈으로 던지는 게 현명해 보였다.
이원석은 소크라테스가 포구하는 것을 확인한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홈으로 내달렸다. KIA 야수 중 누구도 3루주자가 태그업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김도영이 소크라테스의 송구를 받아 돌아섰을 때는 이미 이원석이 홈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김도영이 홈으로 송구할 때 1, 2루 주자들도 태그업을 했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은 뒤 공을 건네받은 KIA 포수 김민식이 뒤늦게 2루로 던졌지만 이미 늦었다.
|
KIA는 시즌 개막전이던 지난 2일 광주 LG전에서도 야수의 포구 자세 탓에 쉽게 실점했다. LG 서건창은 1루수 파울플라이에도 홈을 노려 여유 있게 세이프됐다. KIA 1루수 황대인이 안전 그물망에 걸려 넘어지며 포구한 것을 확인한 뒤 태그업했는데, 딜리버리 맨으로 달려간 에이스 양현종조차 허를 찔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젊은 선수 중심의 라인업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 틈을 한화가 놓치지 않았다. 경기는 8회말 재역전 당한 한화가 패했지만, 이미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은 여유가 살얼음판 승부에서 빛을 발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