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외계+인 1부_김우빈

02 외계+인 1부_김우빈 매체 제공용 사진

[스포츠서울|조현정기자]“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

배우 김우빈은 늘 빛나던 별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2012)과 ‘상속자들’(2013),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꼽히는 ‘학교2013’(201)에 이어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2013)로 주연을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방송가와 스크린이 탐내는 대세배우가 됐고 미녀 선배 배우인 신민아와 교제도 시작했다.

2017년 청천벽력같은 비인두암 판정은 꽃길만 달리던 그를 멈춰 세운 계기가 됐다. 긴 투병생활은 그에게 현재를 즐기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쳐줬다. 때마침 지난 12일은 비인두암 치료를 끝낸 지 5년이 된 날이었다. 김우빈은 “검사 결과 아주 건강하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웃었다.

20일 개봉한 ‘외계+인’은 5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김우빈의 실질적인 첫 복귀작이다. 대중에게는 tvN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투병 뒤 첫 촬영현장은 ‘외계+인’이었다.

“아직도 첫 촬영 날이 또렷이 기억난다. 가드의 공사장 신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스태프들의 두 눈에 가득한 환영의 인사를 읽을 수 있었다. 첫 슬레이트를 치기 전 공기와 심장의 두근거림이 잊히지 않는다. 드디어 ‘다시 돌아왔네’란 느낌이었다. 공교롭게도 첫 촬영에서 전신타이즈를 입어야 했다. 스태프 분들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웃음) 타이즈를 입으니 위축돼 롱패딩 점퍼를 입으니 내가 작아진 듯 했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더 힘들 것 같아 점퍼를 벗고 자유롭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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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김우빈은 최동훈 감독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투병 전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청’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병마로 하차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최동훈 감독은 “김우빈이 아니면 안된다”며 작품 제작을 무기한 보류하는 결단을 내렸다.

“‘도청’이 무산됐을 때 감독님은 ‘아무 것도 신경쓰지 말고 몸 회복에만 집중하라’고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덕분에 내가 더 회복에 힘쓰는 계기가 됐다. 만약 현장에 돌아가, 감독님이 나를 필요로 하는 때가 온다면 무조건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계+인’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도 어떤 작은 역이든 하겠다고 했는데 가드와 썬더라는 멋진 역할이라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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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1300년대 고려와 2022년 현재를 오가는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한다. 김우빈은 2022년 외계인 죄수를 인간의 몸에 투입하고 관리하는 외계 로봇 가드와 가드를 조력하는 로봇 썬더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썬더가 가드와 똑같은 형상으로 변할 때는 1인 4역까지 분하며 부쩍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나리오에는 ‘여러 명의 썬더가 등장한다’고 써 있어서 고민이 컸다. 현장에서도 상대배우의 리액션 없이 홀로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각기 다른 썬더들의 목소리를 일일이 녹음해 각 인물의 대사를 틀어놓고 연기했다. 또 각 썬더들을 연기할 때 내가 모델로 있는 각기 다른 향수를 뿌려 연기할 때 차별화를 뒀다.”

배우로 데뷔 전 모델로도 활동했던 김우빈은 4명의 썬더 중 화려한 핑크정장을 입은 ‘낭만썬더’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그는 “한 브랜드의 콜렉션 런웨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그 수트를 입으니 자신감을 얻었다. 뭘 해도 될 것 같았다”고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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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에게 지금의 삶과 연기는 일종의 선물이다. 그는 투병 기간 동안 자신에게 보낸 이름 모를 위로와 격려들을 또렷이 기억한다. “병원진료를 받으러 갈 때, 길에서 만난 시민들이 ‘몸은 괜찮냐, 쾌차하라’고 건넸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런 힘들이 모아 모아, 병원에서도 놀랄 정도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연기할 때 내 부족한 부분만 보였다. 지금은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한다. 여전히 나의 부족함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다. 더 나아질 나를 위해 오늘을 더 열심히, 충실히,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AM엔터테인먼트,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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