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배우 정은채가 ‘안나’로 재발견됐다. 악역인 듯 악역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 ‘안나’를 통해 수지만 발견한 게 아니다. 악의없는 순진함이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인물 현주로 정은채의 매력에 매료됐다.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 쿠팡플레이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다. 극중 정은채는 유미(수지 분)의 전 직장 상사이자 갤러리 대표 ‘현주’ 역을 맡았다.

“작품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뗀 정은채는 “8부작 시나리오를 6부작으로 만들다보니,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서스펜스적인 긴장감도 많아서 색달랐다. 대비되는 두 여자가 호흡이 잘 맞아서 주고받는 힘이 있었던 거 같다”고 자평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인 현주는 유미와는 전혀 상반된 인물이다. 두 사람의 미묘한 신경전이 극의 긴장감을 높이지만 정은채는 단순한 악역만은 아니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유미 앞에서 티없이 무해한 미소로 예측 불가한 행동을 하고, 자기연민에 사로잡힌 현주의 말과 행동은 유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정은채

정은채 역시 현주란 캐릭터에 사로잡혀 ‘안나’의 출연을 결심했다. 무려 4년전 캐스팅 제안을 받고 주연 배우 중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지을 정도로 ‘안나’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있었다. “현주는 당시 내가 제안받았던 캐릭터 중에 가장 튀는 캐릭터였다. 왜 이런 캐릭터를 주셨을까 궁금했는데 감독님을 뵙고 확신을 얻었다”며 “감독님께서는 우리 연기자들이 대중에게 익숙하게 보여줬던 이미지를 답습하기보다는, 다른 면들을 뒤집어서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며 이주영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실제로 만난 정은채는 현주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라는 그는 화려하고 밝은 현주를 연기하기 위해 “내가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의 텐션을 썼다”고 말했다. 자신과 다른 인물을 연기하기 힘들진 않았을까. 이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마음먹고 들어가면 힘든 지점은 끝도 없다. 대사도 일방적이고 배려없는 캐릭터라 이해하려고 들면 너무 힘든 상황들이었다”며 “현장에서 연기자는 캐릭터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악의 없이 배려 없는 캐릭터라는 것 자체에만 몰두했다. 죄책감 없이 연기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은채

정은채는 현주의 악의 없는 모습에 집중했다. “태생적으로 가진 게 많은 현주는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걸 사고하고 내뱉기 때문에 악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나, 지금 나의 기분에 훨씬 집중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티 없고 해맑은, 계산 없는 부분들에 집중했다. 얄밉기만 하기보다는 익살스럽고 재밌는 부분을 겸하면 입체적으로 이 캐릭터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현주의 배려없는 말과 행동들은 얄밉기도 하지만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은채는 “현주가 내뱉는 말들과 행동들은 유미와 다르게 진짜 자기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유미는 되고 싶은 누군가의 이야기와 모습을 하기 때문에 자기의 말이 잘 없다”며 “현주는 스스로를 좋아하고 즐기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면들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통쾌한 점들을 좋아해 주시는 거 같다”고 전했다.

정은채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애플TV 플러스 시리즈 ‘파친코’에 이어 쿠팡플레이로 또 한 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정은채는 ‘파친코’에서 선자의 동서 경희를 연기했다. 그는 “‘안나’ 현주와 ‘파친코’ 경희의 차이가 너무 커서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며 “어떤 옷이 내게 더 잘 맞는지는 아직도 알아가는 단계다. 계속 다양한 캐릭터의 옷을 입으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가고 공부도 하고, 어떻게 하면 질리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로 다가갈까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정은채는 배우라는 직업과 연예계 생활을 하며 과도한 평가와 오해로 힘든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솔직 담백하게 답했다. “누군가의 평가에 대해서는 정말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군이다. 그건 숙명인 거 같다”고 운을 떼며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고 보여져야 하는 일이고 늘 평가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좋음과 싫음이 항상 공존하는 건 당연하다. 한편으론 고마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를 봐주시니 그런 평가를 받는거 같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쿠팡플레이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