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열 관장

지금 다시 왜 호신술인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밤늦은 시각에 혼자 돌아다녀도 괜찮은 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그렇게 알고 있다. 이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인정한다. SNS 등을 보면 한밤중에 공원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여기는 이렇게 해도 안전해”라며 놀라는 표정을 짓는 외국인들의 인증영상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안전한 나라에도 ‘폭행’, ‘강간’, ‘살인’ 등의 사건 뉴스는 있다. 매일 어딘가에서 폭력이 행해지고 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이 조금 진정되면서 한동안 보이지 않던 ‘주폭’ 사건 역시 다시 조금씩 들린다. “취해서 아무 기억이 안 나요”라는 가해자의 변명은 언제쯤 뉴스에서 사라질까.

그래서 ‘안전한 나라’라는 평가는 단지 ‘내가 그런 사건에 지금 당장 휘말릴 확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적을 뿐’으로 해석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호신술은 당연히 필요하다. ‘위협 당할 확률이 낮다’라는 사실이 ‘난 평생 누구로부터 위협을 받을 일이 없다’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생 걸릴 지 안 걸릴 지 모를 암이나 치매에 대비해 사람들은 미리 보험에 가입한다. 호신술도 같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노경열 관장

또한 앞서 말했듯 호신은 ‘내 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것’, 즉 내 몸과 마음을 모두 지키는 것이다. 호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를 향해 ‘이 상황이 당신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인데 이런 의지 전달을 발휘해야 할 때는 신체적 위협을 당할 때만이 아니다.

일상 생활, 학교, 직장 등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한 사람 혹은 다수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내 의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역시 호신술의 마음가짐과 같다. 따라서 호신술이라는 것은 복잡하고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나를 바로세우는 ‘수신’으로 확장될 수 있다.

‘노경열의 알쓸호이(알아두면 쓸모있는 호신술 이야기)’는 앞으로 이런 관점으로 독자와 만날 생각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연습을 해야 실제 상황에서 나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지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 싶다.

나를 지키는 방법, 그 첫번째는 바로 이것이다.

“그런 거 배워봤자 실제 상황에서는 못 써먹어”라고 핀잔을 주는 지인이 있다면 일단 그 인간관계부터 정리하자. 나를 지키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확실한 솔루션 없이 그런 핀잔만 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부터 위험한거니까.

노경열(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코치)

노경열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JKD KOREA 도장을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