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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아직도 배우 문정희를 드라마 ‘연애시대’(2006)의 단아한 유경으로 기억하는 이라면 영화 ‘리미트’의 혜진으로 변신한 문정희의 모습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그는 아동 유괴 및 장기 밀매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서 유괴범의 브레인인 혜진으로 변신했다. 초등학교 보건교사인 혜진은 학생들의 인적사항 및 건강 기록을 토대로 동생인 준용(박명훈)과 그의 여자 친구인 박경혜 등과 함께 ‘빌런팀’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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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원작 작가가 ‘연애시대’ 원작도 집필...빌런 연기 위해 얼굴 경련 일기도
‘리미트’는 일본 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노자와 히사시는 문정희의 이름을 널리 알린 ‘연애시대’의 원작자기도 하다. 문정희는 “‘연애시대’ 속 유경이 가짜 문정희”라고 박장대소하면서도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 출연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혜진 역을 위해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싹 바꿨다. 부드러운 갈색머리에 새치 염색을 했고 단아한 외모를 일그러뜨렸다. “찌그러진 얼굴에서 결핍이 보여야 했기에 촬영 내내 인상을 썼다. 내 일그러진 얼굴을 본 감독님이 촬영 마칠 때까지 그 표정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더라.(웃음) 매일 촬영을 마친 뒤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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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는 유괴한 아이의 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걸 때도 행여 변조한 목소리를 통해 성별의 단서를 알아차릴 수 없게끔 목소리 톤을 낮추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도 했다.
그는 “음성변조기를 사용해도 직접 들어보니 여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남자 분이 대신 녹음을 해봤는데 혜진의 평소 말투같지 않아 어색했다. 결국 내 목소리에서 여성미를 빼야 했다. 젊고 강하고, 지적인 남성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녹음 과정을 설명했다.
극 말미,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로 유괴사건에 투입된 주인공 소은 역의 배우 이정현과 몸싸움도 악착같이 소화해냈다. 꽃 대신 낫과 총을 들었고 피투성이가 된 채 뛰고 또 뛰었다.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
문정희는 “이정현 씨가 에너지가 많지만 나도 체력적으로 달리지 않았다. 우리 모두 대역없이 액션스쿨에서 나온 분들에게 지도받은대로 연기했다”며 “촬영할 때 가슴 안에 피주머니가 터지는 장면에서 화약이 터져 살짝 다치기도 했다. 촬영을 마친 뒤 보니 가슴 안쪽이 시커멓게 멍들었다. 생각보다 아팠다”고 생긋 웃으며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함께 빌런팀을 이루는 동생 준용 역의 배우 박명훈과 그의 여자 친구로 출연하는 박경혜는 더벅머리 분장으로 웃음을 안긴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NG 한번 없이 원스톱으로 촬영을 끝내는 프로 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문정희는 “더벅머리 남매들은 정말 진지했다. 박경혜 씨는 리액션의 여왕이고 박명훈 씨는 지적인 배우다. 빌런팀은 가술적인 NG외에는 NG를 낸 적이 거의 없었다”며 호흡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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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년차...이미지에 갖힌 배우 NO!
벌써 데뷔 25년차 배우지만 문정희는 이미지에 갇힌 배우로 남고 싶어하지 않는다. ‘리미트’를 택한 이유도 “너무 나이 들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역할을 만나는 것도, 여성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며 “내가 언제 또 이런 작품을 해보겠나”라고 웃었다.
아직도 못해본 역할이 많다. 액션 연기도 다시 도전하고 싶고, 한번도 해보지 못한 코믹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다. 문정희는 “생각보다 밝은 사람인데 서늘한 외모 때문에 도시적이고 이지적인 역할만 들어온다”며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류승룡 씨 능구렁이 역할같은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리미트’는 8월 대작 영화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문정희는 “한국판 여성 ‘테이큰’이다. 액션이 시원한 작품인데 문정희가 그간 보여드리지 않은 얼굴로 회자되고 싶다”며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가장 큰 칭찬이다”고 눈을 반짝였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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