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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언제나 반반이었다. 소개하는 입장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늘 그랬다.”

유아인은 영민한 배우다. 그가 주연으로 나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은 지난 달 26일 공개 후 사흘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권)부문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숫자로 확인한 정량평가와 달리 영화관람 뒤 남겨진 정성 평가는 썩 후하지 못했다. 아마존이 소유한 글로벌 비평사이트 IMDb 점수는 5.5점(10점). 스페인 원작을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5.3점)에 이어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낮은 점수다.

IMDB에 리뷰를 남긴 한 네티즌은 “이 영화는 K콘텐츠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2시간을 낭비했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도 혹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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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평가에 유아인은 “때로 나 자신도 관객과 대중의 입장이 되곤 한다. 모든 작품은 장단점이 존재한다”며 “작품을 소개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왕이면 좋은 면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이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의 평가가 1위든, 10위든, 모든 순위를 다 겪어본 입장에서 평가는 항상 반반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문에 현답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서울대작전’은 유아인과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오정세, 문소리, 송민호 등 내로라하는 배우와 아이돌 스타가 출연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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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88년 서울을 배경으로 자타공인 최고 드라이버 동욱(유아인 분)과 친구들이 최고 권력자의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놉시스만 읽으면 88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당시 향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막상 영화를 접하면 ‘레트로 스타일’만 강조한 작품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지지 못한 채 불협화음을 빚곤 한다. 대체 유아인은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다양한 장르와 기획에 참여하며 나 자신을 다채롭게 풀어나가는 활동을 계속 해왔다. 이번에는 통쾌하고 시원한 오락영화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카체이싱을 소재로 한 88년이라는 배경이 대중과 관객에게 흥미를 안기리라 여겼다. 또 배우 입장에서는 버츄얼 스튜디오 같은 신기술을 경험하고 싶은 의욕도 컸다.”

유아인은 이어 “‘서울대작전’은 어느 때보다 우려를 많이 한 작품인 건 맞다. 우려라는 건 결국 새로운 시도와 도전 때문에 생긴다. 이 작품은 영화의 고전문법은 벗어났다는 흠결이 있지만 영상콘텐츠로서 즐길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매번 바뀐다. 그렇기에 유아인은 전형성에 머무르지 않고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조선시대 성균관의 반항아,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는 천재 피아니스트, 사이비 교주, 그리고 1980년대 드라이버까지, 유아인이 보여주는 연기 세계는 종잡을 수 없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상황과 작품의 성격에 따라 매번 변한다”며 “끌림과 흐름, 전략 가운데 작품을 선정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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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벌써 데뷔 20년차다. 현장에서 가장 선배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라떼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생길 법하다.

유아인은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들과 편해졌다. 신인시절 촌놈이라 일부러 현장과 멀리했다. 그런데 이번에 함께 한 친구들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보며 ‘나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규형 배우님께 매우 감명받았고 띠동갑인 옹성우와 격식없이 친해졌다. 송민호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표현력에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늘 청춘의 아이콘일 것만 같지만 유아인은 더 이상 ‘청춘’의 특권을 누리기보다 부담과 책임을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도전과 실험을 중요한 가치로 뒀다면, 지금은 기대에 대한 책임을 갖게 됐다. 유아인이라는 존재를 좀 더 귀하게 보살피게 됐다. 아직 청춘에서 빗겨난 상태는 아니지만 ‘청춘의 아이콘’이란 말은 다른 분께 선물해드려야 할 것 같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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