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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전주=정다워기자] 경기에서 이겼는데 진 분위기였다.
전북 현대와 성남FC의 K리그1 32라운드 경기가 열린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경기장 분위기는 살벌했다. 경기 전, 그리고 도중에도 응원석에 선 전북 서포터가 허병길 대표이사와 김상식 감독, 여기에 코칭스태프 이름까지 호명하며 “꺼져”, “나가” 등의 구호를 외쳤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을 저격하는 현수막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전북은 올시즌 라이벌 울산 현대에게 끌려다니고 있다. 이 경기 전까지 승점 7 차이로 2위에 자리했다. 그보다 아쉬운 것은 홈에서의 성적이었다. 올해 전북은 원정에서 11승2무3패로 승점 35를 쓸어담았다. K리그1에서 성적이 가장 좋다. 그런데 홈에서는 5승8무3패로 23점을 얻는 데 그쳤다. 경기 내용도 빈약했던 게 사실이다. ‘전주성 호랑이’의 위용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여기에 전북 서포터는 허 대표이사, 김 감독과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며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의 구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선수들은 경기 전, 그리고 경기 도중 이들이 외치는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다. 응원도 함께했지만 선수들 입장에선 심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이로 인해 경기에서 승리했음에도 선수단 분위기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경기 후 만난 백승호는 “이런 분위기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당황스럽기도 했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직 가능성이 있는 상황인데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 팬 분들께서도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진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쉽기도 하다. 우리가 못해서 그런 것이라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축구계 관계자들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축구인은 “팬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경기 중에는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오히려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북은 이날 성남을 1-0으로 잡았다. 같은 시간 울산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비기면서 두 팀의 차이는 5점으로 줄어들었다. 잔여 6경기에서 역전이 충분히 가능한 간격이다. 지난 몇 년간 전북은 늘 막판에 힘을 내 구도를 뒤집었다. 이번에도 같은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 베테랑 최철순은 “이런 분위기는 저도 처음 보는 것 같다”라며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모두가 마음을 모을 때다.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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