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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국가의 얼굴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수준 이하의 공개석상 발언과 대통령실의 ‘어불성설’ 해명으로 논란이 커진 가운데, ‘이 XX들’로 지칭된 미국 의원들까지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에 이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이틀여간 벌인 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여했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간 환담을 나눴다. 국가 정상간 만남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짧은 만남 후 윤 대통령은 머쓱했던지 수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을 향해 뒷담화를 했다.
국내 취재진 카메라에 담긴 영상 속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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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이 보도되고 파장이 커지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 수석은 22일 오후 뉴욕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바로 잡으며 미국 (의회) 이야기가 나올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가 더더욱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순방외교는 총칼없는 전쟁터인데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었다”며 되레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이 ‘이 XX들’이라고 지칭한 것이 미국 국회가 아니라고도 해명하며,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우리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상대로 ‘이 XX들’ 운운했다는 걸 자백하는 외통수에도 걸렸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해명이었다. KBS는 23일 오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잘 들리게 주변 잡음을 최대한 제거한 상태의 영상을 공개했고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는 대통령의 천박한 발언이 널리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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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에도 전해지며 미국 측의 반응도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대통령, 미 의회를 ‘바보’로 모욕한 게 포착됐다’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수요일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글로벌 공중 보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미국 하원 의원들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당혹스러울 ‘바보’로 모욕하는 ‘뜨거운 마이크’가 잡혔다”라고 보도했다.
21일 글로벌펀드 회의에서 바이든은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학기 위한 공중 보건 캠페인에 미국에서 6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자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의 ‘국회 이 XX들’이라는 발언을 ‘바보’로 번역했다.
미디어오늘은 관련 보도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트위터 반응을 전했다. 피터 마이어 미국 미시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 발언이 담긴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봐, 우리만 그렇게 말할 수 있어”(hey, only we get to say that)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든 국회에 대한 뒷담화든 미국인들이 하는 거지 윤 대통령이 감놔라 배놔라할 사안이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카이알리 카헬레 미국 하와이주 민주당 하원의원도 같은 기사를 두고 “국정지지율 20%. 송구하지만 대통령 각하, 당신의 본국에 집중하셔야 한다(20% approval rating. With all due respect Mr. President, you should focus on your own country)”라며 비꼬았다. 취임 5개월만에 국정 지지율 20%로 추락한 대통령이 남의 나라 일에 함부로 입을 대지 말라는 경고였다.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누리꾼들도 “아... 부끄러움은 국민 몫인 거냐? 어디 나가지말고 용산에 쳐박혀 있어라. 제발” “잘못했다고 깨끗하게 사과해도 넘어갈까 말까한 문제를 저렇게 고개 빳빳이 세우고 버티겠다니” “차라리 동영상 속 인물이 윤석열이 아니라고 해라. 김학의도 못알아보는 대한민국 판검사들이 아니라고 해줄 거다”라는 반응이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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