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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에서 9회초 허경민(왼쪽)과 김재호(왼쪽 두 번째), 오재원(오른쪽)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김재호처럼 플레이하려 하지 말라.”

두산의 ‘영원한 캡틴’ 오재원(37)이 은퇴하는 날 후배들에게 우려가 섞인 당부를 남겼다. 겉이 아니라 속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영혼의 파트너이자 친구인 김재호(37)를 언급했다.

오재원은 8일 잠실구장에서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교체로 나서 기습번트를 댔고, 수비도 봤다. 경기 전 은퇴식 1부가 있었고, 경기 후 2부 행사가 진행됐다. 물 세례와 환호,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 전 기자회견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묵직했다.

오재원은 “내가 2군에 오래 있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 후배들이 김재호를 따라하려고 한다. 김재호는 하이 퀄리티의, 고차원적인 유격수의 표본이다. 따라할 수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정후를 따라한다고 이정후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빨리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플레이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공을 잡아서 아웃시키는 것이 먼저다. 그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 멋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천재를 따라하려 하지 말라.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는 KBO리그 역대로 꼽히는 유격수 자원이다. 부드러운 몸놀림에 핸들링도 빠르고 경쾌하다. 송구 또한 일품. 두산 왕조의 유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제는 30대 후반이 되면서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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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오재원의 은퇴식 행사에서 오재원을 중심으로 포즈를 취한 두산 선수들. 오재원(가운데) 좌측에 허경민이, 우측에 김재호가 섰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훈련으로 키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결국 ‘재능’의 영역이다. 특히 유격수는 타고나는 것이 있다. 여기에 노력이 더해졌다. 오재원이 봤을 때, 후배들, 어린 선수들이 김재호의 플레이 스타일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김재호가 어떻게 훈련 전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훈련은 또 어떤 식으로 하는지, 경기에서 어떻게 접근하는지 등이 먼저라는 것이다. 김재호도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손시헌이라는 특급 유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3시즌 후 손시헌이 NC로 떠났고, 김재호가 그 자리를 이었다. 풀 타임 주전으로서 두산의 내야를 지휘했다.

오재원은 “두산을 두고 ‘왕조’라 한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연봉 총액이 적었던, 부족했던 선수들이다. 모자란 사람들도 뭉치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강팀이 됐다. 그 정신을 계승했으면 한다. 희생하는 마음을 가져달라. 두산 특유의 정신이 있다. 지금 (허)경민이가 하는 것처럼, (김)재환이가 하듯 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누구‘처럼’ 한다고 했을 때, 겉모습이 아니라 깊숙한 곳을 봐야 한다. 올시즌 9위로 마치기는 했지만, 두산은 최강으로 군림한 팀이다. 특유의 끈끈함이 있다.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당장 오재원도 시작부터 주전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최선을 다했기에 최정상급 2루수가 됐다.

그 노력과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좋은 말만 잔뜩 해주고 떠나도 된다. 은퇴하는 마당에도 오재원은 역시나 캡틴이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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