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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Z세대’, 야구장 왜 찾아올까?
프로야구 10개 구단에 확인한 결과, 올시즌 프로야구 구장을 찾은 20대 관중 비율은 약 30%다. 오차가 있긴 하다. 각 직장 사회초년생 막내 직원이나 20대 자녀가 부모를 위해 한꺼번에 표를 여러장 예매하는 경우다. 오차를 제외하면 20~25% 정도인데 적지 않은 숫자다.
Z세대란, 일반적으로 1995년생부터 2005년생까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친숙하다. 대입, 취준 등 치열한 경쟁의 연속을 살아온 세대라 개인화된 성향이 강하다. 가족 구성상 외동으로 자란 사람이 많은 것과,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코로나19펜데믹을 직격타로 맞아 단체 활동을 즐기지 않는다. 바로 윗 세대인 M세대(1980~1990년대생)가 축구, 야구 등 단체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과 대비된다.
Z세대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가 바로 클라이밍, 테니스, 골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기 좋아하는 Z세대는 복장이 멋지고 화려한 테니스와 골프에 열을 올린다. 혼자 하기 좋은 운동인 클라이밍도 한때 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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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사 중계로 야구를 볼 수 있음에도 사람 많은 야구장을 굳이 찾아 남녀 관계없이 한목소리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Z세대가 많다.
수원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준플레이오프 현장에서 만난 대학교 신입생 도 모(20)씨는 “좋아하는 선수를 직접 보려고 경기장을 찾았다”며 “수많은 팬들 사이에 있으면 현장감, 일체감을 느끼고 응원을 하며 희열도 느낀다”고 했다.
도 씨의 친구 하 모(20)씨는 도 씨의 꼬임에 넘어가 올시즌 야구를 처음 직관했다. 하 씨는 “막상 와서 보니 엎치락 뒷치락 하는 경기가 너무 재밌더라. 스트레스가 풀렸다. 야구 보는 맛을 알고부터는 야구장을 종종 찾는다”며 미소지었다.
김 모(23)씨는 “3시간에 1만원 짜리 노래방이라는 생각으로 야구장을 간다. 응원석에서 사람들과 함께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람 많은 공간을 싫어한다고 했다. 단체 활동도 즐기지 않아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라 했다. 그러나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야구장 직관은 특별하다.
이 모(21)씨는 “같이 야구 볼 친구가 없어 혼자 야구장을 찾는다.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 괜찮다. 게다가 응원석에 앉으면 혼자 와도 친구와 함께 온 것처럼 팬들이 하나가 된다. 야구장이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것도 차없는 사회초년생이 이동하기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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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각에 아쉬운 점도 있다. 하 씨는 “온라인 야구 게임이 생겼으면 한다. 축구는 유명한 온라인 인기 게임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게임으로 어릴 때부터 야구를 접하다 보면 친숙해지고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다. 나도 20살이 되어서야 야구를 접해 아쉽다”고 했다.
박 모(27)씨는 “구단과 KBO 측에서 진행하는 팬서비스가 많이 부족해보인다. 구단 유튜브 컨텐츠도 신선하거나 새롭지 않다. 젊은 세대는 선수들과 더 친근감을 느끼고 싶은데 야구 관계자들이 팬들의 니즈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야구장 잠재 고객인 MZ세대를 더 많이 포섭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MZ위원회 ‘SHIFT’를 구성해 4개월간 현 상황을 분석하고 기획안을 수립했다.
KBO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됐다. 향후 MZ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신규 프로젝트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야구팬은 시즌권 티켓을 구매할 재력은 없지만(키움 관계자는 20대의 시즌권 티켓 구매율이 극히 낮다고 밝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일일 티켓을 구매해 현장을 찾는다. 어쩌면 이들이 그간 경쟁에 치여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진정한 연대의 소속감을 이곳 야구장에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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