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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기쁩니다.”(애덤 리바인)
영하 10도의 강추위, 지하철 파업, 그리고 90분의 짧은 러닝타임. 지난 달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팝스타 마룬5의 내한 공연 ‘마룬5 라이브 인 서울’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내한 공연 전 ‘욱일기’ 논란과 보컬 애덤 리바인의 불륜 등 구설수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칼바람과 교통체증을 뚫고 모인 2만 2000여 관객들은 익숙한 히트곡에 열광하며 기쁨을 표했다.
2002년 데뷔한 마룬5는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에서 세 번 수상한 인기밴드다. 2002년 발표한 정규앨범 ‘송즈 어바웃 제인’(Songs About Jane)이 빌보드 200 6위에 오른 이후 꾸준히 메가 히트곡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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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는 인연이 남다르다. 이들의 히트곡 ‘무브스 라이크 재거’는 삼성전자 휴대폰 광고 BGM으로 사용돼 대중에게 친숙하다.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빌보드 핫 100 2위에 올랐을 때 1위를 지킨 곡이 ‘원모어 나이트’기도 하다.
내한공연은 벌써 7번째다. 2008년과 2011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공연을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을 방문했다. 2015년 대구 공연 때는 공연 1시간 전 갑자기 취소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 전 마지막 공연인 2019년 ‘레드필 블루스’(Red Pill Blues)월드투어 때는 고척스카이돔 3만 석을 매진시키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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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룬5 공연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 익숙함을 즐기는 듯 했다. 첫 곡인 ‘무브스 라이크 재거’부터 ‘디스 러브’, ‘스테레오 하츠’, ‘원 모어 나이트’, ‘애니멀스’, ‘왓 러버스 두’, ‘하더 투 브리드’까지 총 11곡을 쉬없이 달린 애덤 리바인은 공연 시작 45분만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불안한 고음처리를 보였던 애덤 리바인은 관객에게 양해를 구한 뒤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컨디션을 가다듬기도 했다.
이후 그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페이폰’을 부르며 “휴대폰 불빛을 켜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객석의 조명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공연을 한층 낭만적으로 만들었다.
‘선데이 모닝’, ‘걸스 라이크유’까지 히트곡에서 히트곡으로 이어지는 메들리에 한국 관객 특유의 ‘떼창’ 역시 쉴 새가 없었다. 애덤 리바인의 다소 불안정한 팔세토 가성을 숨긴 것도 관객들의 ‘떼창’이었다.
앙코르 무대 역시 익숙한 곡들의 향연이었다. ‘데이라이트’와 ‘메모리즈’에 이어진 곡은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애덤이 부른 ‘로스트 스타즈’. 애초 세트리스트에 없었던 곡으로 한국공연에 앞서 진행된 싱가포르 공연에서는 부르지 않은 곡이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 “한번도 이 곡을 연습하지 않았다”고 농담을 던졌지만 이 곡을 부를 때 들려준 유려한 고음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쉬 윌비 러브드’와 ‘슈가’를 마지막으로 90분의 공연을 마무리한 마룬5는 “그리울 것이다”라는 인사를 건네며 한국을 떠났다. 이들은 일본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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