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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연기구멍이라고는 없는 정교한 복수극 ‘더 글로리’에서 가장 무표정한 얼굴로 가장 폭발적인 감정을 전달 중인 배우가 있다.
바로 세명시에서 굴지의 건설사 재평건설을 운영 중인 대표 하도영 역의 정성일(42). 정성일은 멋있게 나이든 중년 남자의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는 수트핏과 섬세한 표정연기로 ‘더 글로리’의 여성팬 몰이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날 ‘더 글로리’가 우아한 템포의 격정적 복수극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정성일의 존재감도 폭발 중이다.
극중에서 하도영은 18년간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를 설계한 송혜교가 공들여 쳐놓은 덫에 걸려든 인물이다. 바둑판에 금빛 LED가 켜지는 거대한 공원을 건설할 정도로 바둑에 진심인 남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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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문동은(송혜교 분)은 고교 시절 끔찍하고 반복적인 학교폭력으로 자신의 몸과 영혼을 부숴뜨린 가해 주동자 박연진(임지연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연진의 딸 하예솔의 초등학교 담임으로 부임했고, 학부모 공개 수업에서 박연진의 남편이자 예솔의 아버지인 하도영을 맞닥 뜨린다.
두 사람은 이미 구면이었다. 평생 최상류층으로 살아온 차가운 엘리트 하도영은 유일한 취미가 바둑이었고, 문동은은 그런 하도영에게 다가가기 위해 주여정(이도현 분)에게 공원에서 몇년간 바둑을 배웠다.
할아버지들이 내기바둑이나 두는 칙칙한 기원에서 도도한 표정으로 바둑을 두고있는 홍일점 동은의 모습은 하도영을 매혹시켰고, 어느새 동은이 있지 않나 일주일에 2~3일씩 기원을 기웃대던 하도영은 마침내 만난 동은과 바둑을 두며 그녀를 훔쳐봤다.
이 과정에서 동은의 알 수 없는 아우라에 속수무책 매혹되는 하도영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눈썹부터 눈, 입술, 턱까지 바위처럼 꽉 다물려 견고하던 정성일의 표정은 송혜교가 던지는 파장에 미세하게 흔들리고 무너진다. 그의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경험한 적 없는 소용돌이는 한숨 쉬고, 놀라고, 작게 미소짓는 복잡한 표정 속에서 언뜻언뜻 드러날 뿐이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필모그라피를 쌓았던 정성일은 안방극장에 늦깎이로 알려진 배우다. 가장 먼저 대중의 눈에 띈 작품은 JTBC‘비밀의 숲2’였다. 정성일은 남편이 죽고, 아버지가 감옥에 간 뒤 한조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이연재(윤세아 분)의 심복 박상무로 출연했다.
이연재가 복잡하고 정치적인 결정을 내려야하는 순간마다 그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이연재를 향해 남모르는 연정까지 품은 남자로 그려졌다. 이후 tvN‘산후조리원’ tvN‘우리들의 블루스’ 등에서 얼굴을 비쳤고, ‘더 글로리’를 통해 주역으로 몸집을 키우며 연기 포텐을 터뜨리고 있다.
완전한 악역도 선역도 아니면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하도영은 문동은의 증언을 통해 아내 박연진의 추악한 과거를 목도하며 시즌 2에서 활약을 이어가게 된다. 더구나 생각도 못해봤을 딸을 둘러싼 비밀까지 밝혀지며 하도영의 선택에 따라 문동은의 복수극은 한층 파괴력을 더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성일과 송혜교의 농익은 멜로 케미가 극적 긴장을 유발한다. 풋풋한 20대의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지만, 바둑판을 앞에두고 치열하고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치명적 멜로도 달궈지고 있기 때문.
하도영과 문동은이 좁은 기원 앞 출입구에서 스치는 숨막히는 영상에 팬들은 “화양연화 양조위 보는 줄. 시즌2 고대합니다” “정성일씨 최고!!!! 맘껏 빛나세요 독보적이시니까” “정말 잘생겼어”라며 호응했다. 인기에 힘입어 해외 팬들도 폭증했다. 개인 채널 구독자수는 6만명을 돌파했고, 영어와 중국어, 태국어 등 다국적 팬들의 다양한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실감 중이다.
정성일에 대해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12월2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하도영의 한줄은 ‘나이스한 개새끼’였다. 차가울 땐 차갑고 웃을 땐 나이스한 표현들을 정성일이 너무 잘 해줬다. 극 중 인생이 가장 크게 바닥치는 인물인데 절망, 분노를 잘 표현해줬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써도 명대사처럼 들리더라. 특별히 감사드린다”라며 호평했다.
정성일은 “정성일은 “모든 게 완벽했던 하도영은 아내 연진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인생 가장 큰 선택의 기로에 서게된다. 처음에 많이 힘들었다. 촬영 전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하동영이 줄 수 있는 긴장감, 예민함 등을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무명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정성일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내공을 ‘더 글로리’에서 터뜨리며 배우 인생의 화양연화를 맞고있다. 중량감 있는 중견배우의 발견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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