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서울가요대상 무대를 한껏 느끼는 잔나비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지난달 19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제32회 서울가요대상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잔나비라는 팀을 결성한지 벌써 10년이 됐다. 결성 10년 만에 서울가요대상에서 밴드상이라는 멋진 상을 받게 돼 더욱 영광이다.”

지난 달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 32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밴드상을 수상한 밴드 잔나비의 멤버 최정훈과 김도형은 시상식 뒤 백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첫 서울가요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5월 소곡집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을 발매한 이들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밴드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강산이 한차례 변하는 동안 잔나비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데뷔 초창기에는 홍대 클럽을 전전하며 바닥에서부터 기초를 닦았다. 고생한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지만 구설도 적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일부 멤버들은 여러 문제로 팀을 떠나야만 했다. 기쁨에 못 이겨 내뱉은 말 한마디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도 했다. 유명세도 세금이라지만 이제 갓 서른 남짓한 젊은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포토]잔나비, 서울가요대상 밴드상 수상
밴드 잔나비의 김도형(왼쪽)과 최정훈이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린 ‘제32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밴드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러나 시련은 두 젊은이를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다. 마치 용광로에서 뜨겁게 달군 쇠가 가장 단단하듯 이들의 음악은 더욱 견고해져 갔다. 한 땀 한 땀 새겨진 가사는 한편의 문학 작품을 연상케 했고 클래식한 선율은 세대를 아울렀다. 공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매번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는 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왜 이들이 K밴드신의 대표주자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처음 팀을 결성했을 때만 해도 그냥 우리끼리 철없는 소리로 최고의 밴드가 되자고 다짐하곤 했다. 상까지 받으며 인정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상식에 참석할 때마다 얼떨떨하다.”(최정훈)

잔나비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은 ‘보편성’이다. 인디신에서 자생한 밴드들이 자신들과 팬덤만의 세계에 갇혀 외부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과 달리 잔나비는 자신들의 음악이 보다 많은 대중의 마음에 닿길 바란다고 했다.

[포토]서울가요대상 무대 꾸미는 잔나비 최정훈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지난달 19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제32회 서울가요대상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정훈은 “결성 때부터 ‘밴드가 이런 무대도 나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행사, 축제, 페스티벌에 가리지 않고 섰다. 때로 밴드가 홍대 아닌 곳에서 활동하면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서울가요대상’ 밴드상은 지난 날 우리의 노력을 알아준 듯 해 더욱 감동이었다”라고 말했다.

김도형 역시 “밴드는 멤버들 간의 스파크가 일어야 하는데 우리는 둘 다 음악에 진심이다. 그런 부분들을 심사위원들과 팬들이 알아준 것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K밴드를 대표해 미국 뉴욕 링컨센터 댐로쉬 파크에서 열린 ‘K인디뮤직나이트’ 콘서트 무대에 선배 밴드인 안녕바다와 함께 서기도 했다. 아이돌그룹으로 대변되는 K팝에 다양성을 불어넣은 이들의 무대는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링컨센터 공연은 우리의 첫 해외 공연이었다. 경험할 수 없는 일이 우리에게 벌어진 듯 했다.(웃음) 이미 해외에서 K팝의 폭죽이 멋있게 터졌는데 그 파편을 받은 게 아닐까? 공연장에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지만 공연 이후 뉴욕 거리를 다니는데 시민들이 ‘너 한국에서 밴드하는 애 아니니?’라고 물어볼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K팝이 이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최정훈)

“군에서 전역하자마자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모두 내가 군에 가있는 동안 정훈이가 열심히 잔나비를 끌어준 덕분이다. 정훈이에게 고맙고 감사했다.”(김도형)

잔나비는 2023년에도 세계 곳곳에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미 KBS 창사50주년 특집 프로그램 ‘지구 위 블랙박스’ 촬영 차 지난 17일 남극 세종기지로 떠났다. 한국밴드가 남극에서 공연하는 것은 잔나비가 처음이다. 올해 4월까지는 스케줄이 꽉 찬 상태다. 10년 전 팀 결성 당시 “우리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팀이 되자”고 다짐했던 이들의 약속이 실현될 날도 머지않은 듯 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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