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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가슴과 가슴 사이 골 파인 것 보이나요? 저런 골에 물을 떨어뜨려 밑에서 받아먹으면 그게 바로 약수예요. 그냥 정수가 돼요. 목젖에서부터 정수가 돼 우리가 받아먹으면 약수죠.”
방송인 이경실(57)이 방송인생 36년만에 최고 위기를 맞았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파워FM ‘2시탈출 컬투쇼’에서 스페셜 DJ로 출연한 이경실은 당시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이제훈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돼 유튜브 채널 ‘SBS 라디오 에라오’에도 게재됐던 영상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비공개 전환됐고, 라디오 다시듣기 서비스도 중단됐다.
하지만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연세대학교 재학생은 행정안전부 ‘문서24’를 통해 이경실을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이 접수됐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21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2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민원이 2건 접수됐다”며 “민원의 개수와 상관없이 사안의 경중을 자체 판단해 소위 상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과 10년 전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에서 아줌마 성담론으로 인기를 끌던 이경실은 왜 이렇게 대중에게 뭇매를 맞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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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방송경력을 지닌 이경실이 위기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전남편의 폭행, 이혼, 현남편의 성추행 혐의 등 주로 배우자와 관련된 문제였다. 이번에는 자신이 ‘개그’라고 생각했던 수위 높은 성적 농담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게 다르다.
이경실의 발언에 대해 방송관계자들은 “달라진 시대상에 적응하지 못한 전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30년 경력의 한 방송관계자는 “80년대에는 흑인을 향해 ‘시커먼스’라고 조롱하는 코미디가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당장 문화 다양성 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10년 전 MBC ‘세바퀴’에서는 이경실의 수위 높은 농담이 통했지만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지금 세대에게는 불쾌함을 줄 수 있다. 이경실 개인은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모든 가치관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자중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방송가에서 전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통용되던 성적 농담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추세다. 설상가상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거는 MZ세대가 사회 전반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미투 운동은 성별을 떠나 가해자와 피해자 프레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방송인 김민아가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남중생을 상대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다. 방송인 박나래도 웹 예능 ‘헤이나래’에서 인형의 사타구니 부위에 인형 팔을 밀어넣는 행동을 했다가 경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불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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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대상과 맥락, 다양한 매체의 성격 혼동한 것도 한몫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이경실 사태가 박나래 사태와 다른 점은 프로그램의 맥락과 구체적인 대상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21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박나래의 경우 프로그램의 성격과 더불어 ‘인형’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했지만 이경실은 이제훈이라는 특정 인물을 향해 오후 2시 라디오라는 부적절한 시간, 매체에서 농담을 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방송관계자는 매체의 발달로 지상파 채널 외 OTT, 유튜브 등 채널이 다양해진 환경에 이경실이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OTT, 유튜브에서는 더 수위 높은 성적인 언어가 난무하다. 라디오의 경우 매체파워는 OTT나 유튜브보다 약해졌지만 엄연히 지상파 채널인데 이경실이 이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이경실 사태로 인해 향후 모든 방송에서 성담론을 배제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대중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위의 농담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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