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혐의로 재판 중인 두산 투수 이영하가 3일 지친 표정으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부지법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서부지법=장강훈기자] “6월에는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고교(선린인터넷고)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 중인 이영하(26·두산)에게 검찰측 증인으로부터 유리한 진술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부장판사 정금영)은 3일 오후 2시부터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을 열었다. 당초 두 명의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한 명만 출석해 진술했다. 이날 증인은 피해자 A씨와 동기로, 이영하, A씨 등과 같은 투수였다.

증인 B씨는 “A가 학교 폭력 사건을 온라인에 터트렸다고 연락을 해와 ‘터질 게 터졌구나’라고 답했다. A와 나 모두 학창 시절에 얼차려를 받았다. 당시에는 얼차려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A에게 다른 동기들에게도 (사실과 관련해) 물어봤느냐는 질문도 했다. 엎드려뻗쳐 등의 단체기합을 받은 게 떠올라서 (그런 얘기를 온라인에 쓴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가 이영하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낀 율동을 하고, 이름을 부르면 별칭으로 답하는 행동을 목격했느냐는 질문에는 “이영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시켰다. 나도 선배들이 이름을 부르면 ‘고블린’이라고 대답했다”면서 “다른 동기나 후배에게도 비슷한 지시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15년 8월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치른 협회장기 대회에 이영하가 동행했고, 폭행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A씨 주장에는 “동행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B씨는 “이영하는 당시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돼 부산 대회에는 동행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검찰이 특정 날짜와 대진을 언급하며 “관중석이나 더그아웃에 이영하가 앉아있지 않았는지, 엔트리에 이름이 등록돼 있는지 기억나는가”라고 물었지만 “엔트리는 학생선수가 볼 수 없었고, (대회에) 동행 자체를 안해 관중석이나 더그아웃에도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번 공판의 핵심 쟁점인 이른바 ‘라면 강탈 사건’에 대해서도 B씨의 기억은 A씨와 달랐다. A씨는 ‘라면을 빼앗아가려는 것을 거부하면 얼차려를 줬다. 투수를 모두 우리 방으로 불러 40분간 머리박기를 시켰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B씨는 “후배들이 실수를 하거나 규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집합을 걸었다. 집합하는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안나지만, 기본적인 걸 못하면 소집했다”면서 “라면을 안주거나 심부름을 안해서 집합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 A와 같은 방을 썼는데, 우리 방에서 집한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B씨는 “자주 집합한 건 아니고, 머리박기도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얼마나 오래 기합받은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상 억울한 일을 당하면 쉽게 잊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A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그는 “한국에서 간식 들고간 기억은 없고, 호텔 주변 마트에서 간식을 샀다. 한국 라면도 산 기억은 있다”며 “(간식이)떨어지면 호텔 앞 마트에 가서 손쉽게 살 수 있었다. (선배들이 간식이 떨어지면 후배 것을) 가져갔다가 나중에 사주거나 돌려줬던 것 같다. 피고인(이영하)이 라면 배달을 시킨적은 없다”고 떠올렸다.

이영하의 법률대리인인 김선웅 변호사는 “대만 전지훈련에서 A씨와 같은 방을 썼기 때문에 정확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증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합받은 것과 라면 빼앗은 것은 관련이 없다는 증언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A씨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많이 제기한 공판이지 않았나 싶다”며 “내달 중순께 공판이 한 번 더 잡히면, 우리 쪽 증인 신문하고 피고인 심문 뒤 변론 종결을 할 계획이다. 이르면 5월말, 6월 초에는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영하의 5차 공판은 오는 24일 오전 11시1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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