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본격적인 훈련 돌입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에서 선수단 미팅을 마친 뒤 스트레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투산 기온은 영하 3도까지 떨어지는 겨울 날씨였다. 애리조나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첫 단추부터 엉망이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잠도 못자고 하루 종일 비행기를 탔는데 다시 추위와 마주했다. 캠프 목적이 상실된 채 준비에 돌입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2경기 평균자책점 11.12의 참사는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달 16일(한국시간) 대한민국 WBC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첫 훈련에 임했다. 그런데 많은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투산 날씨는 한국 겨울 날씨와 다를 게 없었고 자신도 모르게 손이 입으로 향했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워밍업에 돌입했음에도 칼 같은 바람으로 인해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스프링캠프는 흔히 투수들 위한 시간이라고 한다. 컨디셔닝에 예민한 투수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실전을 준비하는 장소다. 그래서 추운 날씨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떠난다.

투산은 아니었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새벽에 눈이 내리고 아침에 얼음이 얼었다. 아침에 운전하면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하다며 경고음이 울렸다. 지난 15일 호주, 괌, 오키나와 등에서 삼삼오오 모여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은 구단 캠프보다 못한 환경에 한숨을 내쉬었다. 비행기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돈 두산 선수들의 경우 영상 20도가 넘는 호주에 있다가 영하 3도까지 떨어지는 사막에서 공을 던져야 했다.

준비가 순탄할 리 없었다. 불펜피칭 모습만 봐도 투수 대다수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투산 평가전 결과는 예상대로 타고투저였다. 정상적인 구위와 제구력을 보여주는 투수가 극히 드물었다. 실전을 통해 페이스를 올려야 하는데 당초 다섯 번으로 예정된 평가전이 날씨로 인해 네 번으로 줄었다.

한국 귀국 후에도, WBC 본선이 열리는 일본에서도 투수들의 페이스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 결과가 호주전 7-8 패배, 한일전 4-13 참패다. 호주전에서 투수 7명, 한일전에서 투수 10명을 투입했는데 2경기 팀 평균자책점이 11.12다. 이길 수 없는 경기,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기라고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지난밤 만큼 힘든 오늘밤.[포토]
대한민국 이강철 감독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7회초 공격을 지켜보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사령탑은 당황하며 잘못된 판단을 했다. 리드를 잡은 뒤 투수교체에서 실수를 범했다. 호주전에서는 소형준 투입이 실패로 이어졌고 한일전에서는 선발투수 김광현의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다음이 없는 승부에서 게임 플랜과 경기 운영 모두가 헝클어졌다. 대표팀 투수진은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세 타자 의무 상대’ WBC 규정이 잔인하게 다가왔다. 한일전은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다.

고개떨군 대한민국 야구[포토]
WBC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패한후 힘겨운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누군가는 잘 던지기를 바랐다. 캠프 기간 사령탑은 “결국 잘 던지는 투수 몇명을 꾸준히 써야하지 않겠나”라며 투수 15명 중 구원자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잘못된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리도 없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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