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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자유와 저항으로 통하는 ‘힙합정신’이 범죄까지 정당화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힙합 문화가 다시 대중의 외면을 받는 건 아닌지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약부터 폭행, 성범죄, 병역비리까지. 래퍼들이 연이어 사회면을 장식하며 권력과 사회 부조리 등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힙합정신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범죄와 반성 없는 태도에 대중의 실망감도 크다.
국내 대표 힙합 레이블 AOMG 소속 래퍼 어글리덕이 폭행 혐의로 입건돼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수사받고 있다. 어글리덕은 지난 10일 새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클럽에서 다른 이들의 싸움을 말리던 과정에서 피해자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어글리덕은 지난 2017년에도 서울 이태원 한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소속사 측은 “알려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이는 조사를 통해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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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가 이끄는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은 소속사 대표와 소속 아티스트가 함께 병역 비리로 물의를 일으켰다.
라비와 소속 아티스트 나플라는 최근 허위 뇌전증(간질) 진단서를 이용한 병역 면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나플라는 그루블린에 합류하기 전인 2020년, 당시 소속사였던 메킷레인 동료들과 함께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무더기 적발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7일에는 대마초 흡입으로 물의를 빚었던 유명 래퍼 A씨가 성범죄를 저질러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A씨는 지난 2016년 9월 미국 LA에서 열린 동료의 생일파티에서 술에 취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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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 출신 래퍼들의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등래퍼2’로 이름을 알린 윤병호(활동명 불리 다 바스타드)는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아들로도 잘 알려진 장용준(노엘)은 무면허 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시즌1 준우승자인 최하민은 9살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방송과 음악을 통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해온 래퍼 도끼는 3억원이 넘는 세금 상습 체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럼에도 도끼는 지난 1월 신곡 ‘체납’을 발매하고 고액 체납자 명단에 오른 심경을 담아 반성없는 태도로 비난을 샀다. 이 밖에도 ‘힙합의 관습’, ‘장르의 특수성’이란 명목으로 소수자를 혐오하고 성적 모욕을 일삼는 가사들도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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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비주류 음악이었던 힙합은 ‘쇼미더머니’ 등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탄생과 함께 스윙스, 비와이, 박재범 등 스타 래퍼들이 등장하며 K팝의 한 장르를 차지하는 주류 음악이 됐다. K팝의 선봉에 선 방탄소년단(BTS) 역시 2013년 데뷔 당시 그 시작은 힙합이었다.
그러나 거대해진 시장과 달리 힙합신을 이끄는 래퍼들의 연이은 범죄 소식으로 힙합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아쉬움과 허탈감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한 국내 힙합 레이블 관계자는 “반복되는 범죄로 국내 힙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힙합 하면 그럴 수도 있지’ ‘힙합은 원래 그러잖아’ 등의 안일한 생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더군다나 10대의 어린 연령층의 힙합 팬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모방범죄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힙합 문화는 저항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그 칼날은 권력과 부조리를 향할 때 힘을 얻는다. 하지만 자유의 탈을 쓴 일탈로, 저항의 탈을 쓴 치기로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안긴다. 힙합이 무엇이건 간에 그 어떤 장르와 음악으로도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정당화 해줄 수 없단 걸 인지해야 할 때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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