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포스터. 제공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난 왕자는 필요 없어요. 나랑 칼춤 출 망나니가 필요해요.”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송혜교의 대사)

공개 사흘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성공 요인은 달콤한 로맨스보다 가해자를 향한 피해자의 ‘응징’이라는 서사에 집중한 덕분이다. 오히려 극 말미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로맨스가 계륵처럼 느껴질 정도다.

남녀 주인공의 달콤한 러브라인은 오랜 시간 한국 드라마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는 센 언니들의 맹활약이 안방을 접수할 전망이다. 잔혹한 복수를 완성한 송혜교에 이어 전도연 김희애, 문소리, 엄정화, 김서형 등 쟁쟁한 50대 연기파 배우들이 몰려온다.

넷플릭스는 ‘더 글로리’에 이어 전도연 주연의 영화 ‘길복순’과 김희애, 문소리 주연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로 4월 승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오는 31일 공개되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길복순

길복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스틸. 제공 | 넷플릭스

지난 5일 종영한 tvN ‘일타스캔들’에서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 분)과 달콤한 로맨스로 사랑받았던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 전도연이 이번엔 살인청부업자 겸 사춘기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으로 분해 ‘일타스캔들’의 남행선과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그는 마트에서 산 3만원짜리 도끼부터 칼, 총, 마커 펜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사람을 죽이는 ‘프로 킬러’의 모습부터 퇴학 위기에 처한 늦둥이 딸 재영(김시아 분) 때문에 속 끓이는 엄마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연기한다.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6), ‘킹메이커’(2022)의 변성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열린 제 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해외에서 먼저 주목 받았다.

퀸메이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 메이커’ 티저 포스터. 제공 | 넷플릭스

퀸메이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 스틸. 제공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길복순’에 이어 김희애, 문소리 주연 ‘퀸메이커’도 다음달 14일 공개한다. ‘퀸메이커’는 대기업 은성그룹 미래전략기획실 출신으로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로 꼽히는 황도희(김희애 분)가 인권 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여성 정치극이다.

그간 정치물이 영화 ‘더킹’(2017), ‘킹메이커’ 등 남성 버디 중심으로 그려진 것과 달리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여배우 2명이 주연으로 발탁, 두 사람의 앙상블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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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포스터. 제공|JTBC

OTT가 아닌 TV채널에서도 여성 중심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JTBC는 주말극 ‘신성한 이혼’ 후속으로 엄정화 주연 ‘닥터 차정숙’을 편성했다. ‘닥터 차정숙’은 가족이 전부인 20년차 주부 차정숙(엄정화 분)이 죽다 살아난 뒤 포기했던 전공의 과정에 재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엄정화는 20년차 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로 인생 전환을 맞는 주부 차정숙으로 분해 안방에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엄정화는 드라마 뿐만 아니라 김태호 PD의 예능 프로그램 ‘댄스가수유랑단’에도 나서는 등 시청자들과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김서형
ENA 드라마 ‘종이달’ 스틸. 제공 | KT스튜디오지니

JTBC 드라마 ‘SKY캐슬’(2019), tvN ‘마인’(2021) 에서 카리스마를 뽐냈던 배우 김서형은 서스펜스물인 ENA드라마 ‘종이달’로 돌아온다. ‘종이달’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한 은행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서형은 고객 돈을 횡령한 은행원 유이화로 분해 다시금 ‘센 언니’의 서슬 퍼런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여성 위주 작품들이 연이어 공개되는 경향에 대해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여성주의 서사 경향은 이미 2021년 해외에서 시작된 움직임이다.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여성들의 이야기가 서구에서 통하면서 글로벌 OTT를 지향하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국내 채널들이 여성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배우와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발굴·제작한 게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작사 입장에서도 억대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남자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아도 알찬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라고 덧붙였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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