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사랑해주셨던 분들께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합니다.”
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엄홍식·37)이 50여일 만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출두한 유아인에 대한 12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마친 경찰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유아인이 사실상 마약 혐의를 인정한 만큼 구속 여부가 새로운 쟁점이 됐다.
◇ 50일 만에 입 연 유아인, 울먹이며 혐의 일부 ‘인정’
27일 오전 9시 20분경 서울 마포구 소재의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출석한 유아인은 약 12시간 만인 오후 9시 17분경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섰다.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뒤 직접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가 시작된 지 50일 만에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내 현장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유아인은 ‘마약류 4종 투약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서 밝힐 수 있는 사실들을 그대로 말했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한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경찰 조사와 관련해서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직접 내용을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사건 경위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개인적으로 저의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의 늪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고 답하며 울먹였다.
이어 “입장 표명이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저를 보기 많이 불편하겠지만, 이런 순간들을 통해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진정 더 건강한 시간들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삼고싶다”면서 “실망드려서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다만 유아인은 ‘바늘공포증이 투약 이유가 맞나’ ‘자택에서 마약 투약했나’ ‘모발검사에서 코카인 검출된 부분은 어떻게 소명했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 마약 투약 횟수와 전과, 구속영장 신청 판가름할 듯
유아인은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총 4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유아인이 2021년 한 해 동안 73회에 걸쳐 4400㎖가 넘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마약류 정밀 감정 결과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4가지 마약성분이 검출됐다.
이에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아인에게 프로포폴 등을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 강남·용산구 일대 병·의원과 유아인의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병원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왔다. 또한 유아인의 매니저와 지인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유아인을 향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아인이 소환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경찰은 유아인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프로포폴 외 마약류를 어떤 경로로 접했는지 투약 경위와 아울러 유아인이 마약의 투약 외 유통 과정에도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소환 조사 전까지만 해도 구속 수사 불필요성을 강조하던 경찰이 돌연 구속 영장 신청 카드를 꺼내든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앞서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만 1만장이 넘는다며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지 않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가 확정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경찰의 태도 변화에 일각에선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 외에 구체적인 진술 확보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구속영장을 검토한다면 마약 투약 횟수와 전과 등이 구속 요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유아인을 추가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유아인이 공인이며, 현재로선 초범인 만큼 경찰이 그를 구속 수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
◇ “박시연 잡은 마약통” 유아인, 호화 변호인단도 화제
경찰 소환 조사에 함께 동행한 유아인의 호화 변호인들도 화제가 됐다. 특히 과거 검찰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이른바 ‘마약통’ 출신 변호사 등이 포함된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모았다.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의 박성진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는데, 그는 27년간 검사로 활동하면서 마약 사건을 다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배우 이승연과 박시연·장미인애 등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수사도 맡았다. 이 외에도 검사 출신 차상우 변호사와 안효정 변호사 등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도 포함됐다.
한편 유아인의 마약 혐의로 공개를 앞두고 있던 그의 차기작들은 비상이 걸렸다.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드라마 ‘종말의 바보’는 각각 공개를 잠정 보류하거나 잠정 연기하기로 한 상황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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