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구자욱 선배님이 놀렸어요.”

SSG 루키가 또 불을 뿜었다. 2023년 1라운드 이로운(19)이 주인공이다. 고향에서 빼어난 투구를 했다. 송영진(19)이 먼저 주목을 받은 감이 있지만, 이로운도 존재감을 뿜어냈다. 단, 선배 구자욱(30)에게는 한 방 맞았다.

이로운은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선발 박종훈이 3이닝 6피안타(3피홈런) 6사사구 4탈삼진 8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졌다. 스코어도 3-8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로운이 4~6회를 틀어막으면서 반전의 계기를 확실히 만들었다.

이로운이 버티는 사이 타선이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고, 4회 1점, 7회 1점, 8회 3점을 내면서 9-8 역전까지 갔다. 8회말 고효준-최민준이 흔들리면서 9-11로 패한 것은 아쉽지만, 이로운의 피칭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동기 송영진과 함께 나란히 1군에서 뛰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경험을 쌓으라는 차원에서 1군에 두는 것이 아니다. 실력이 되니까 1군에 있는 것이다. 신인이 아니라 1군 선수다”고 강조했다. 사령탑이 능력을 인정했다.

송영진이 2경기에서 4.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중이다. 2일 KIA전에서 1.2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만들었다. 8일 한화전에서는 3이닝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생산했다.

확실히 김원형 감독의 눈에 들었고, 14일 선발로 출격한다. 김광현이 어깨 염증으로 한 번 정도 등판을 거르게 됐고, 대체 자원으로 송영진이 발탁됐다.

이로운도 자극이 될 법하다. 첫 등판은 송영진과 같은 2일이었다. 최고 시속 152㎞의 강속구를 쐈고, 슬라이더도 위력이 있었다. 경기를 중계한 이순철 해설위원, 김태형 해설위원이 놀라움을 표했을 정도다.

그리고 이날 3이닝 무실점을 일궜다. 시속 140㎞ 중후반의 묵직한 속구에 슬라이더를 섞으며 삼성 타선을 잘 막았다. 5회말 구자욱에게 2루타를 맞기는 했지만, 후속타 제어에 성공했다.

고향에서 기분 좋은 투구를 마쳤다. 지난 3월13일 시범경기에서 삼성을 만났다. 장소도 라이온즈파크. 1이닝 2실점으로 주춤했다.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이로운은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등판하게 됐다. 몇 이닝을 투구하게 될지 몰라서 처음부터 전력으로 피칭했다. 시범경기 때 고향 대구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오늘은 꼭 잘 던지려고 신경썼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고향에서 하는 경기라 3연전 내내 아버지, 외삼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야구장에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오늘 팀이 져서 아쉽지만 오셨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좋았던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물었다. 그러자 “첫 번째 이닝에서 볼넷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투구수 조절이 됐고, 삼진 비율도 좋았다. 만족한다. 단, 마지막 이닝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면서 승부한 것은 아쉽다”고 짚었다.

또한 “구자욱 선배와 승부를 해보고 싶었다. 원정 불펜과 우익수 자리가 가까워서 1차전 때부터 인사를 드렸다. 오늘 2루타를 맞았다. 장난스럽게 놀리시더라. 다음 맞대결에서는 꼭 좋은 결과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구자욱은 이로운의 본리초-경복중-대구고 12년 선배다. 일단 첫 번째 대결에서는 선배가 이겼다. 후배가 다음을 벼르고 있다.

동기 송영진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난 선발에 대한 욕심은 없다. 동기인 (송)영진이가 선발로 출전한다. 꼭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로운은 “개인적으로 30이닝 이상 소화하며 볼넷을 최소화하고 싶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시즌 목표를 내놨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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