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시속 150㎞을 뿌리는 ‘체인지업 투수’가 떴다. 파어어볼러 KT 엄상백(27)이 ‘변신’에 성공했다. 자신도 만족하는 모습. 이강철(57) 감독에게 어필도 확실히 했다.
엄상백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뽐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KT는 5-2로 승리했다. 엄상백도 시즌 1승을 따냈다. 이날이 공식적인 시즌 첫 등판이었다. 지난 4일 KIA전에 나섰지만, 노게임이 되면서 기록에 남지 않았다. 당시 팔꿈치에 염증이 생기면서 2주를 쉬어야 했다.
이날 복귀전을 치렀고, 건재함을 알렸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이 “던지는 것을 봐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딱 68개만 던지면서 5이닝을 먹었다. 70구를 정하고 갔고, 칼같이 끊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볼 배합이다. 68개를 던졌는데 속구가 24개, 체인지업이 32개다. 커터 11개를 더했고, 슬라이더 1개가 찍혔다. 비율로 보면 체인지업이 47.1%에 달한다. 속구가 35.3%다.
체인지업은 원래 던졌다. 그러나 이 정도 비중은 아니었다. KT 제공 데이터로 보면, 전역 후 복귀 시즌인 2021년 속구 52.0%, 체인지업 24.4%를 기록했다.
2022시즌에는 속구 43.8%-체인지업 35.2%가 나왔다. 포심을 줄이고,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렸다. 그리고 올해는 첫 등판에서 아예 체인지업을 더 많이 뿌렸다.
이유가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엄상백은 “오늘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잘 들어갔다. 체인지업을 유용하게 썼다. 타자들이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부터 (장)성우 형과 배합을 맞추면서 체인지업 비중을 늘렸다. 그러면서 수월해진 것 같다. 내가 패스트볼 위주의 투수였는데 체인지업을 늘리니 상대가 복잡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엄상백은 70구 정도 보고 있다. 아무리 많아도 80구는 넘기지 않을 생각이다. 5이닝을 먹어주면 좋겠다”며 “5이닝 100구씩 던지는 친구라 걱정이다”며 웃었다.
이에 대해 엄상백은 살짝 억울한 듯했다. “예전에 속구 위주로 던질 때는 그랬다. 파울을 많이 맞으면서 투구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작년부터 좀 달라졌다. 특히 작년 후반기부터는 나아진 것 같다. 괜찮은 것 같지 않나”며 웃었다. 감독이 알아줬으면 하는 눈치다.
사이드암 투수이기에 체인지업이 더 용이하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할 때 꼭 필요한 구종이기도 하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다. 타자 머리 속에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체인지업이 들어온다. 중심에 안 맞을 수밖에 없다. 효과를 보는 이유다. 커터라는 또 다른 구종이 또 있기에 효과가 배가된다. 무시무시하다.
변신을 꾀한 것이 통했다. 밸런스도 한결 좋다. 호투가 나오는 이유다. “작년 후반기부터 내 밸런스가 잡혔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던지는데도 유지가 된다. 좋은 경기가 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2주를 쉬면서 팀에 미안했다. 조급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편하게 쉬면서 빨리 회복하고자 했다. 오늘 던지면서 아프지 않았다. 감사하다. 대신 오랜만에 던지니 힘이 좀 빠지기는 하더라”고 설명했다.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했다. “아무런 목표도 없다. 아프지 않고, 1년 풀로 던지는 것이 목표다. 이기는 것만 생각하겠다. 타이틀 욕심도 없다. 단, 투구수는 늘려야 한다. 긴 이닝을 던져야 선발투수로서 가치가 있다. 필수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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