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윤세호기자] 거침이 없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구종을 결정적인 순간 과감하게 던진다. 마음대로 무브먼트가 형성되지 않고 완전히 빠진 볼이 됐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신인 박명근(19)이 늘 자신있고 당찬 투구로 LG 마운드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중간투수로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명근은 지난 26일 광주 KIA전 9회말 2사 1루 2점차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다. 9회초 리드폭을 넓히는 홈런이 나오면서 마운드에 서지 않을 것 같았는데 상대에 추격을 허용하면서 등판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편한 상황은 주자없이 이닝이 시작할 때 등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어렇게 홈런 한 방이면 리드가 사라지는 상황도 책임져야 하는 게 필승조의 숙명이다. 박명근은 개막전부터 이렇게 위기 상황을 담당하고 있다.

악재가 하나 더 있었다. 불펜피칭에서는 만족스러웠던 체인지업이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첫 타자 김선빈을 상대로 자신있게 초구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는 무의미한 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체인지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선빈에게 초구 체인지업 이후 내리 세 개의 속구를 던졌다가 좌전안타를 맞았다. 2사 1, 2루. 홈런이면 역전패를 당하는 더 터프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고종욱에게도 초구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이번에도 생각한 것보다 크게 빠지는 볼. 속구 두 개로 볼카운트 1-2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또 체인지업을 던졌다. 역시 존에서 크게 벗어나며 볼. 결국 볼카운트 2-2에서 속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고 승리를 완성했다. 시즌 4번째 세이브이자 광주에서 첫 세이브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박명근은 제구가 안 됐음에도 체인지업을 던진 것에 대해 “사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는 체인지업이 괜찮게 들어갔다.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가서도 (박)동원 선배님께 오늘 체인지업으로 많이 가보고 싶다고 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막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과감하게 도전한다. 캠프에서 처음으로 익힌 체인지업인데 필요성을 인지하고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고 던진다. 아직은 제구에서 기복이 보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던져야 완전히 자신의 구종이 되는 것을 안다. 이런 과감한 도전 정신이 박명근의 초고속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사령탑도 과감했다. 염경엽 감독은 고교시절 박명근의 모습을 뚜렷히 기억하며 성공을 확신했다. 일찍이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시키기로 결정했고 현재 박명근은 클로저와 셋업맨을 겸업한다. 세이브 숫자와 동일한 홀드 숫자 4개를 올렸다.

박명근은 자신의 이름 옆에 자리한 세이브와 홀드 숫자에 대해 “사실 이렇게 시즌 초반부터 나갈 줄은 몰랐다. 사실 그냥 1군 경기에 나가기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계속 믿고 써주시니까 더 감사하다. 덕분에 좋은 기록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4년 전 신인왕을 차지한 정우영도 그랬다. 당시 류중일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는 캠프부터 정우영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리고 정우영은 개막 일주일 만에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중반 고전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필승조로 시즌을 완주해 신인왕에 올랐다.

박명근은 “우영 선배님이 늘 좋은 조언을 해주시고 도와주신다. 선배님도 신인 때 시즌 초반부터 자주 경기에 나갔는데 한 번 쯤 꺾이는 시기를 경험했다고 했다. 그럴 때 크게 개의치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해주셨다. 신인이니까 다 괜찮다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경험하라고 해주셨다”고 지근거리에 자리한 롤모델의 조언을 전했다.

정우영처럼 박명근도 신인왕에 도전한다. 동기 김서현, 윤영철, 김민석이 나란히 활약하며 혼전 양상인데 끝까지 완주하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박명근은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느낌으로 친구들을 보고 있다. 물론 맞붙으면 이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신인왕을 의식하기 보다는 팀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러모로 호재가 많은 LG의 올시즌 초반이다. 팀은 정상을 질주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홈런 1위 타자도 있다. 더불어 신인왕에 도전하는 당찬 루키도 있다. 풍족한 마음으로 다가올 99경기를 준비하는 LG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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