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명세빈과 곧 결혼할 예정이다. 이 집에서 신접살림을 꾸리겠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겨울 급매로 집을 팔기 위해 만난 50대 중반의 남성 이모 씨를 잊지 못한다. 이씨는 A씨에게 묻지도 않은 배우 명세빈 이야기를 꺼내며 A씨가 내놓은 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명함에는 건축시행 및 M&A펀드 전문인 ‘XXX홀딩스’ 회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A씨는 13일 스포츠서울과 전화 인터뷰에서 “옷차림이나 태도가 부유한 인사같았다. 중견 건축회사와 대형 백화점에 납품한다는 가구회사도 들먹였다”라고 털어놓았다.

A씨가 이씨에게 속은 결정적인 이유는 이씨가 지상파 방송사 기자 출신인 전직 국회의원 B씨를 대동해 한 식당에서 만나면서부터다. B씨는 기자로 시작해 정치에 입문, 2선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A씨는 “식당에 이씨와 B씨가 함께 있었는데 두 사람이 막역해 보였다”라며 “유명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신뢰가 가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썼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계약서만 쓴 뒤 계약금을 입금하기로 한 날 종적을 감췄다. 계약서는 그가 들고간 뒤였다. A씨는 불안했다. 계약서에는 그의 인감도장 및 사인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노출돼 있었다.

A씨는 “행여 계약서를 들고 사기행각을 벌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계약서를 돌려달라고 했는데 욕설과 조롱 문자만 왔고 이후 내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자택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고시원에 살고 있더라”라며 분개했다.

A씨는 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려고 경찰서도 찾았지만 금전적 피해가 입증되지 않아 소송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구청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매매 허가를 취소했지만 여전히 불안에 떨어야 했다.

13일 스포츠서울이 단독보도(명세빈 결혼사칭남에 경고 “강남일대서 ‘명세빈과 결혼한다’는 男에게 속지 마세요”) 한 기사내용을 읽은 A씨는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며 “명세빈씨가 이씨를 고소하면 힘을 보태겠다”라고 전했다.

이씨의 엽기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부동산 매매 피해자 C씨 역시 지난달 27일에 이씨를 만나 계약서를 썼다. 이씨는 6월 5일에 계약을 하자며 그 자리에서 서류까지 기재하고는 다시 잠수를 탔다.

C씨는 “이씨가 7월7일까지 집을 비워달라고 해서 우리도 바로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가계약까지 하느라 계약금을 손해봤다”라며 “그 기간 동안 다른 사람에게 매도할 기회도 놓치면서 금전적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C씨와 만날 때도 명세빈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이씨는 “명세빈을 24년간 짝사랑했는데 이제 결실을 맺는다”라며 C씨에게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때문에 C씨는 이씨의 거짓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명세빈 결혼 사칭남 이씨의 실제 직업은 대리운전 기사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그의 주소지는 서울의 한 고시원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어떤 경로로 명세빈과 사진을 찍고 유력 인사 B씨를 대동하고 다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연예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팬들이 사진을 요청하면 스스럼 없이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세빈과 찍은 사진을 그렇게 악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가 전직 국회의원 B씨와 어떤 인연으로 함께 다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명세빈의 소속사 코스모엔터테인먼트는 이씨의 엽기행각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보도 이후 행여 이씨가 배우에게 해꼬지를 할 수도 있어 여러모로 신변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스포츠서울’은 명세빈과 결혼을 사칭한 이씨와 그가 대동한 B씨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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