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한국 축구의 4년 동행하며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역사를 이끈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 사령탑으로 부임할 것인가.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9일(한국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벤투 감독이 UAE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 3년’이라고 밝혔다. 또 ‘내일(10일)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포르투갈 매체인 ‘헤코르드’도 벤투 감독이 UAE와 사령탑 직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가 UAE와 손을 잡으면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서 한국과 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와 E조에 편성됐다. UAE는 이란, 팔레스타인, 홍콩과 C조다. 한국과 UAE가 토너먼트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 등에서도 경쟁할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마친 뒤 한국을 떠났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연장 계약안을 내밀었지만 ‘1+3년’ 조건을 수락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지도자 커리어에서 “한국 선수가 최고였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눈시울까지 붉히며 포르투갈행 비행기를 탔다. 특히 월드컵 본선까지 지향하는 후방 빌드업 색채를 끝까지 유지하며 성과를 냈다. 과거 한국 축구는 월드컵과 같은 국제 무대에서 수비 지향적인 축구에 주력했는데,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빌드업하는 등 아시아 팀도 공격 지향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을 떠난 이후 벤투 감독은 지난 1월 폴란드 국가대표팀 사령탑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세부 조건을 두고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이후 잉글랜드 일부 클럽 등에서도 벤투 감독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벤투 감독은 장기간 한국을 맡은 만큼 충분히 휴식하면서 팀을 선택하는 데 주력했다.

결국 중동 국가인 UAE와 손을 잡고 아시아 무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한국을 맡기 전에도 충칭 리판(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등 아시아 무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 지도자 커리어 내리막길을 걷다가 한국 사령탑 직을 통해 반전에 성공한 그가 UAE에서 또다른 비전을 그릴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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