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이변은 없었다.

프랑스 리그1의 ‘메가 클럽’ 파리생제르맹(PSG)은 9일(한국시간) 이강인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5년으로 이강인은 2028년까지 파리에서 뛴다. 이적료는 2200만유로(약 314억원)로 알려졌다. 이강인에게 주어진 등번호는 19번이다. 전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달던 번호다.

이강인이 PSG와 연결됐다는 소식은 지난달 13일께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에서 PSG와 마요르카가 이강인 이적을 두고 협상에 나섰다는 보도였다. 이 전까지만 해도 이강인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적료에 난색을 보이면서 협상은 무산됐고, PSG가 새로운 행선지 후보로 떠올랐다. 이후에는 이강인의 PSG 이적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였다. 이강인은 지난달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는데, 한국에 오기 전 이미 파리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이강인은 스페인이 아닌 프랑스발 항공을 타고 인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가 미뤄지긴 했지만 PSG는 이강인 영입을 일찌감치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PSG 공식 국내 파트너로 일하는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PSG 구단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했다. 이강인 영입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선수 입단을 염두에 두고 국내 마케팅 관련 업무 조율을 위해 국내 업체와 미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강인 영입에 어떠한 암초나 변수도 없었다는 의미다.

이강인을 마케팅용 영입으로 보긴 어렵다. 축구 시장의 티켓 파워나 상업성을 놓고 보면 한국보다는 일본이 훨씬 나은 시장이다. PSG 아시아 총괄 본부도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있다. PSG는 올여름에도 프리시즌 투어를 일본에서 한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이강인이 아닌 일본 선수를 영입하는 게 PSG 입장에선 이득이다.

그럼에도 이강인을 선택한 것은 순수 실력만 보고 영입했다고 봐야 한다.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차원일 뿐이다. PSG가 2200만유로라는 적지 않은 이적료를 투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금액은 역대 PSG 이적료 지출 순위에서 29위에 자리한다. PSG가 그만큼 이강인의 실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다.

공식 발표가 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강인은 이미 한국에 들어오기 전 파리에서 오피셜 사진까지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PSG가 공개한 여러 사진을 보면 이강인의 헤어 스타일은 파마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 파마기가 없는 사진은 지난달 입국 전 미리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강인은 최근 출국 전 파마를 했고, 파리에 도착해 영상과 함께 다시 오피셜 사진을 찍었다. 약 한 달간 이강인의 이적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6월 초에도 PSG 이적이 유력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A매치 소집 당시 이강인은 “지금은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또 나는 현재 마요르카 선수다. 소집이 끝난 후에 이적과 잔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 번째 경기 후에는 아예 믹스트존 인터뷰를 거절했다.

일찌감치 이적은 확정되는 분위기였지만 ‘오피셜’이 나기까지는 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큰 이유는 사령탑 선임 작업 때문이다. 감독이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 선수 영입을 발표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판단 아래 PSG는 일단 감독 발표를 우선순위에 올려놨다.

PSG는 지난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과 결별하고 새 감독을 물색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전 바이에른 뮌헨 감독과 협상했지만 결렬됐고, 이후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는 결론을 도출했다. PSG는 먼저 새 감독을 발표한 후 영입이 확정된 주요 선수들의 오피셜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실제로 6일 엔리케 감독 선임을 알린 후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코 아센시오, 마누엘 우가르테 등 영입 소식이 줄줄이 나왔다.

이강인의 축구 인생 3막이 열린다. 이강인은 2007년 미취학 아동 시절 축구 예능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특급 유망주가 될 자질을 보였다.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로 넘어간 후에는 우여곡절 끝에 라리가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했다. 정작 자신을 키워준 발렌시아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2022~2023시즌 마요르카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PSG라는 빅클럽에 입단하게 됐다.

만 22세인 이강인은 한국,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강인은 PSG 구단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PSG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다. 프랑스 리그를 오랫동안 지켜봤다”라며 “내 목표는 항상 팀을 돕는 것이다. 팀이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가능한 많은 우승을 하도록 돕고 싶다. PSG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새로운 모험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 팬을 만나 즐거움을 줄 날이 기대된다”라는 입단 소감을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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