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충격’이라는 말을 붙이기 충분한 데뷔전을 치렀다. KIA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29)가 첫 등판에서 호투를 뽐냈다. 다른 쪽으로도 이슈가 됐다. 이중키킹이다. 심판의 경고가 있었다. 결국 핵심은 ‘일관성’이다.
산체스는 지난 9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6.1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뽐냈다. 덕분에 KIA도 5-1의 승리를 거뒀다. 파죽의 5연승 질주다.
역시나 모든 관심은 산체스에 몰렸다. 아도니스 메디나를 방출하고 데려온 투수. 대만리그에서 던지던 투수를 데려왔다. 올시즌 대만 퉁이 라이온스에서 10경기 62.2이닝, 8승 1패, 평균자책점 1.44의 빼어난 활약을 보였다.
KBO리그에서도 출발이 좋다.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뿌린 것은 아니다. 최고 시속 147㎞의 포심을 던졌다. 대신 제구가 좋았다.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다양하게 뿌렸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한 피칭이 돋보였다. 산체스도 스피드는 더 나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슈 아닌 이슈도 있었다. 견제동작과 이중키킹이 그랬다. 견제의 경우, 세트 포지션으로 들어가는 동작이 독특했다. 1루 쪽으로 한 번 ‘휙’ 몸을 돌리며 주자를 본 후 투구 준비를 마쳤다. 주자가 움찔하는 것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 보는 견제 동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소했기에 KT 선수들도 당황했다. 제대로 대응이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견제 동작은 문제가 없다. KBO는 “심판위원회와 함께 해당 동작을 다시 봤다. 결과적으로 문제는 아니다. 문제로 삼을 것이 없다. 생소하고, 이상해 보이지만, 보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보크가 되지 않을 수준에서,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셈이다. 문제로 삼을 수 없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쪽은 일단락이 됐다.
이중키킹도 있다. 투구 과정에서 왼쪽 다리를 두 번 들어 올리는 동작을 취했다. KT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KT 쪽에서 심판진에 어필했다. 심판진이 이를 받아들였고, 이중키킹이 또 나오면 볼로 판정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 이중키킹을 하는 투수들은 전에도 적지 않았다. 생소한 견제 동작에 더해 이중키킹까지 나오면서 KT 선수들의 머리가 두 배로 혼란해진 모양새다. 산체스는 “투구 동작에 대해 계속 주의를 받으면 그렇게 투구하지 않겠다”고 쿨하게 말했다.
KBO는 “주자가 있을 때 이중키킹을 할 수도 있다. 전에도 많았다. 결국 일관성의 문제다. 산체스도 어느 정도 정립이 되지 않겠나. 외국인 투수들이 오면 지적이 나오곤 했다. 국내 투수도 오승환이 대표적 아니겠나. 이중동작이라 했지만, 일관성 있게 하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단 산체스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제가 되면 안 하는 것이 맞다. 규칙을 어기면 안 될 일이다. 할 것이라면 계속 이중키킹으로 던지면 된다.
상대를 ‘기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루틴’으로 만들면 그만이다. 효과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좋은 구위와 제구를 보유하고 있다. 충분히 좋은 투구를 하고도 ‘견제’와 ‘키킹’만 남은 모양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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